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며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행·항공·유통 업계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 업종은 모처럼 활기를 띠는 중이다. 공장 ‘셧다운’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자동차, 스마트폰 업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긍정적인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 데다 ‘델타 변이’ ‘백신 접종 속도’ 등 변수가 여전히 많다.
▶여행·항공·자동차·전자제품 ‘맑음’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한다
정부가 7월부터 ‘트래블 버블’ 시행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여행, 항공 산업에 서광이 비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김호영 기자> |
▶여행·항공·자동차·전자제품 ‘맑음’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한다
“트래블 버블(여행 안전 권역)을 시행한다면 관광 산업도 서서히 회복할 것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여행·항공 업계는 백신 접종과 함께 ‘청신호’가 켜졌다. 관광 산업이 정상 궤도에 올라타기 시작한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7월부터 시행하는 ‘트래블 버블’이 업황 회복의 신호탄이라고 내다본다. 트래블 버블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제도다. 정부가 협약을 맺은 국가들끼리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상대국과 합의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에 맞춰 국내 여행사와 항공사들은 괌·사이판 등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확보에 나섰다.
국내 여행 업계도 훈풍이 분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6월 14~20일 국내 콘도·리조트 상품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여행 수요가 증가하며 항공 업계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7월 24일부터 주 1회 사이판 노선을 운항한다. 대한항공은 블라디보스토크 노선 운항 재개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자동차·전자제품을 비롯한 제조업 역시 접종자 증가에 웃음 짓는다. 제조업은 그간 생산량 감소와 소비 심리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백신 덕분에 감염 우려가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추세다.
대표적인 산업이 자동차 산업이다.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중국은 지난해 4월부터 자동차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유럽은 올해 3월부터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수출량은 87만2064대로 25.6% 올랐다.
주춤했던 스마트폰 판매량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6월 21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2021년 애플의 스마트폰 생산량이 전년 대비 12.3% 늘어난 2억230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출하량의 절반을 생산하는 베트남 박닌성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량이 2020년보다 400만대 증가한 2억6700만대를 기록할 예정이라고 내다본다.
다만 이들 산업에 ‘꽃길’만 놓여 있지는 않다. 백신이 먹히지 않는 ‘델타 변이’의 등장 때문이다. 백신 접종이 상당수 이뤄진 영국·미국·이스라엘마저 델타 변이 감염자 확산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은 입국 문턱을 다시 높이고 있다.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해 경제 봉쇄가 다시 시작되면 항공·여행업 등은 백신 개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변이 바이러스는 호재?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급성장한 게임·OTT 업종은 백신 등장과 함께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해에 비해 성장률이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2020년 ‘코로나 특수’를 타고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게임 산업은 올해 들어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특정 게임에 의존도가 높은 중소 게임사는 물론, 일부 대형 게임사도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검은사막’을 서비스하는 펄어비스는 2021년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71% 감소했다. 중견 게임사 컴투스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 3N 중 한 곳인 엔씨소프트는 올해 1분기 실적이 2020년 대비 77% 줄었다.
다른 대형 업체 넥슨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8~1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게임사 부진에는 ‘기저효과’가 깔려 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급 매출을 기록한 탓에 올해 실적이 부진해 보인다는 것.
OTT의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글로벌 OTT 사업자 넷플릭스의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398만명에 그쳤다. 2020년 1분기 1577만명의 25%에 불과한 수준이다. 디즈니가 내놓은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1분기 가입자는 870만명으로 시장 예상치(1440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를 기록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매 분기마다 1600만명 이상의 신규 가입자를 모았다.
잠시 주춤한 게임·OTT 산업이지만 업계는 부진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내다본다. 신작을 내놓으며 반등에 준비하고 있어서다. 국내 게임 업체는 올해 2분기를 시작으로 신작을 대거 내놓는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트릭스터M’을 5월에 선보인 데 이어 곧 ‘블레이드&소울 2’ ‘리니지 클래식’ 등을 연달아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6월 29일 신작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 서비스를 시작한다.
OTT 역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며 가입자 증가에 박차를 가한다. 넷플릭스는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와 영화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앤뉴와 장기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오는 만큼 게임·OTT 업계 실적도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이들 산업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변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겪었던 ‘코로나 특수’효과를 다시 누릴 수 있다는 예측이다.
▶수요 폭발 바이오·반도체
▷백신 접종·변이 바이러스 문제없다
반도체 산업은 백신 접종·델타 변이 재유행 등에 상관없이 전망이 밝다. 반도체가 스마트폰·소비자가전·컴퓨터·자동차 등 모든 산업에 필요한 소재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는 코로나19 유행, 백신 등장 여부와 관계없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4월 전 세계 반도체 판매량은 약 1000억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에 판매된 반도체 수는 약 730억개였다.
바이오 산업은 백신 위탁생산(CMO) 회사를 중심으로 좋은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백신 생산량 규모가 가장 큰 인도가 코로나19 대처에 실패하면서 생산기지가 한국으로 옮겨왔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노바백스 백신을 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거듭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 생산을 준비 중이다.
한편 백신 등장으로 매출 감소가 우려되던 진단키트 업종은 변이 바이러스 등장에 반전을 맞았다. 백신 접종 후에도 재확산 우려가 커지며 진단키트 수요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지수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백신 접종 후에도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 수가 감소하더라도 진단키트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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