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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감독, 선수는 팬을 이길 수 없다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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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0일째 2군에 내려가 있는 두산 박건우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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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건우(31)가 열흘째 1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박건우는 지난 20일 KT와의 수원 경기서 3번 우익수로 나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다음날 박건우는 2군행을 명받았다.

이후 두산은 1승4패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박건우가 2군으로 내려간 이유에 대해선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19일 KT와의 더블헤더 경기서 “피곤하다. 좀 쉬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 경기 도중 불성실한 플레이로 눈밖에 났다는 설도 있다. 어느쪽이 됐든 김태형 두산 감독을 몹시 화나게 했다는 전언이다. 김태형 감독은 “내가 아닌 선수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 미루어 위의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단지 피곤하다고 한 말에 대한 반응치고는 지나친 처사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사과할 정도의 거친 말은 아니다.

경기 도중 불성실한 태도는 중계방송 화면상으론 잡히지 않았다. 두산 선수들은 알고 있을지 모르나 아직 외부로 흘러나오진 않고 있다. 박건우는 악바리 스타일이 아니다. 그를 지도한 모 코치는 “좋은 자질을 갖고 있지만 열심이진 않았다. 설렁설렁 하는 듯 보여도 야구는 잘 한다”고 말했다.

팀이 좋지 않은 상황서 느슨한 태도를 보이면 감독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김태형 감독은 그런 장면을 지나치지 않는 성격이다. 상대가 아무리 스타이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도 양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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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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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TV 화면에 잡힌 양의지(NC·당시 두산) 훈육 장면은 단적인 예다. 2018년 4월 10일 두산과 삼성의 대구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김태형 감독이 양의지를 꾸짖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좀 어이없다. 양의지는 7회 초 타석에서 삼성 좌완 임현준을 상대하고 있었다. 초구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자 몹시 불만을 나타냈다. 결국 삼진을 당한 양의지는 7회 말 구심에게 보복을 결심했다.

투수 곽빈의 원바운드 볼을 블로킹하지 않고 슬쩍 피했다. 공은 포수 뒤에 서 있는 구심을 향해 날아갔다. 다행히 몸에 맞진 않았지만 아찔한 상황이었다. 명백한 미필적 고의였다. 내가 피하면 구심이 맞겠지라는 계산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수비를 끝내고 들어온 양의지를 혼내주었다. 뒷짐을 진 채 고개를 숙인 양의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화면에 잡혔다. 팀의 간판선수라도 잘못이 있을 경우 가차없이 징계를 가하는 김태형 감독의 이런 스타일은 요즘 감독들에게선 잘 볼 수 없는 단호함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태를 오래 끌어선 곤란하다. 감독으로선 내리막길인 팀 분위기를 떠받치기 위한 고육책일 수 있지만 이후 두산의 분위기는 오히려 더 얼어붙고 있다. 두산은 29일 현재 4연패에 빠져 있다.

괴로운 것은 팬들이다. 그들은 스타를 보고 싶고 이기는 야구를 즐기고 싶다. 박건우는 두산 선수일뿐 아니라 도쿄올림픽 대표팀 외야수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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