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입건 한 달’ 잠잠한 윤석열 수사…늦어질수록 대선 영향 불가피

사세행 고발한 2건, 4일 입건 후 한 달간 진척없어

형식상 수사중 상태…앞선 사건에 먼저 수사 집중

尹 공식행보 시작, 늦어질수록 선거국면 가까워져

기소시 尹 타격, 무혐의 땐 본인 사법 리스크 지워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고발 사건을 입건한지 한 달이 돼 가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다. 윤 전 총장이 공식 대권 행보를 시작한 상황에서 처리가 늦춰질수록 대선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수처는 30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윤 전 총장을 고발한 2가지 사건을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옵티머스 관련 수사의뢰 사안에 대해 부실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과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관한 조사·수사방해 의혹 사건으로 지난 4일 각각 사건번호를 부여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수사 착수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나 관련자 소환 조사는 없는 상태다. 공수처는 검찰과 달리 고소·고발 사건을 전부 입건하는 게 아니라 선별해서 사건번호를 부여하기 때문에 입건 사실이 알려진 직후 본격 수사 착수시점에 정치권 안팎이 주목했으나 아직까진 ‘형식상 수사 중’인 셈이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 대한 고발사건을 입건만 하고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현실적 여건 때문으로 보인다. 그보다 앞서 입건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 사건, 이규원 검사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과거사 사건 관련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 사건에 먼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부 채워지지 않은 공수처 검사는 다음 달에나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김진욱 처장은 지난 17일 취임 후 처음 연 기자간담회에서 윤 전 총장 사건을 두고 “선거에 영향이 있느니 없느니 논란이 안 생기도록 처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전날 공식적인 대선주자 행보를 시작한 상황에서 공수처의 현재 여건상 본격적인 수사에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어떤 식으로든 파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전 총장과 가족, 측근 등을 둘러싼 형사사건 중 공수처 수사 사건만 윤 전 총장 본인이 피의자인데다, 수사와 최종 처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선거 국면과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만일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기소하기로 하면 여론조사상 지지율 지표에서 유력 주자로 꼽히는 대선 후보를 선거 전 형사재판에 넘기는 셈이어서 윤 전 총장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공수처로서도 정치적 중립에 대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무혐의로 마무리할 경우 윤 전 총장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공수처가 공식적으로 지워주게 된다. 이 결론 역시 또 다른 면에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함께 공수처의 사건 선별 기준에 대한 논란도 생길 수 있다.

법조계에선 사건 자체만 놓고 볼 때 수사 시간 자체는 길어질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이미 지난해 총장 재직 시절 추미애 전 장관과의 대립 및 징계 국면에서 거론이 됐던 사안들이어서 관련 서류와 입장들이 어느 정도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발된 죄명이 직권남용이란 점에서 법리적인 혐의 입증이 관건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본인의 형사사건과 별개로 서울행정법원에선 윤 전 총장이 지난해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미 총장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결론에 따른 효력상 의미는 없다. 다만 당시 징계가 정당했다거나, 반대로 부당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대선 국면에서 윤 전 총장에게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총장이 징계위원회 구성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검사징계법 헌법소원 사건에서 최근 위헌 여부 판단 자체를 보류하고 각하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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