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출마의 변에 담긴 메시지
“자유 빠진 민주주의는 독재”… 보수진영 ‘反文 빅텐트’ 깃발
“법과 상식 짓밟은 오만한 文 정권”
‘반문 진보까지 아우르는 주자’ 강조
국민의힘 입당 유보한 채 민심 투어
지지율 지켜본 뒤 야권 통합 관측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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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대권 도전 선언에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반문(반문재인) 빅텐트’ 구상을 밝혔다. 보수 진영에 중심 깃발을 꽂으면서도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반문 주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날 정치참여 선언의 절반가량을 현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첫 공개 행보였던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서 “차차 말씀드리겠다”는 발언 이후 답답하다는 평가와 함께 ‘윤차차’라는 별칭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반전시키고, 국민이 환호했던 ‘공격수 윤석열’의 면모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측은 선언에 앞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했던 그때의 시원한 모습을 다시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선언문에서 “나라가 이래도 되는 거냐”,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 “국민 약탈”, “독재”,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 “거대 (국회) 의석과 이권 카르텔 형성” 등 격앙된 어조로 현 정권을 비판했다. 중립성·독립성이 중요한 사정기관 수장의 대권 직행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매서운 공격으로 받아친 것이다. 국가 미래 발전에 필요한 가치로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며 검사 외길을 걸어온 윤 전 총장의 부족한 부분으로 꼽히는 경제·외교·교육 등에도 자신이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회견장 무대도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라는 표어로 꾸몄다.
그러면서도 보수 진영에 무게중심을 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선언문에서 ‘국민’을 31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했고 그 다음에 ‘자유’(22번), ‘나라’(18번), ‘민주주의’(13번), ‘공정’(9번), ‘법치·청년·기술’(8번), ‘상식·분노’(7번) 등의 순으로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청년을 비롯해 산업화와 민주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수차례 언급하면서 현 정부 실정을 부각했다.
몰려든 지지자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수많은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남정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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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역설하며 보수 진영의 가치를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가 아니다”며 “자유민주주의는 승자를 위한 것이고 그 이외의 사람은 도외시하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승자 독식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가치와 입장이 같은가’라는 질문에도 “국민의힘이 과거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겪었고 국민이 보시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겠지만,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정치철학 측면에서 저와 생각을 같이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정진석 의원 및 내빈들과 함께 지지자들 앞에 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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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권성동·정진석·유상범 등 2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망가진 나라를 의원님들과 국민과 함께 바로 세우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 석열이 ‘형’ 맞습니다”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개한 페이스북 계정. 반려견 토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프로필에 걸었다. 그는 “SNS를 처음으로 시작합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라며 “그 석열이 ‘형’ 맞습니다. 국민 모두 ‘흥’이 날 때까지”라고 적었다. 윤 총장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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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은 앞서 밝힌 대로 민심 투어를 거쳐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반문 진보까지 아우르는 ‘반문 주자’로서 정체성을 앞세워 최대한 중도 진영의 지지를 확보한 뒤 국민의힘과 관계설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국민의힘과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물밑 샅바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에선 최 전 원장 등 대안 주자에도 힘을 싣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선언문에서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은 달라도 한 가지 생각, 정권 교체에 생각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대 의석과 이권 카르텔의 호위를 받는 이 정권은 막강하다”며 “분열은 곧 필패”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는 향후 지지율이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그의 지지율이 정치적 이벤트에 따라 급변하는 기반 없는 반문 정서라면 세력과 기반 확보를 위해 국민의힘 입당이 빨라질 수 있다. 반면 윤 전 총장 개인을 향한 굳건한 지지로 확인되면 8월에 시작되는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탑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선출된 이후 막판 단일화까지 입당 문제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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