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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국내 백신 접종

"모의고사 치면 화이자 접종"..성인들 사이에서 부는 '모평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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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3일 오전 대전 서구 괴정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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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오빠도 빨리 XX고등학교에 전화해서 모의고사 신청해요. 나도 방금 신청하고 왔어요!"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기자는 갑자기 받은 연락에 어리둥절 했다. 알고 보니 백신 접종 때문이었다.

성인들 사이에서 때 아닌 모의고사 신청 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생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때 아닌 9월 수능 모의평가(모평) 신청자에 25세 이상의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전날 접수를 시작한 9월 모평 신청 인원이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렸다.

종로학원에서 시험을 칠 수 있는 일반인은 42명인데, 전날 10시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312명이 몰려 1분만에 마감됐다. 312명 가운데 절반인 49.7%인 155명이 25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2019년 9월 모평의 25세 이상 응시 비율인 22.6% 두배가 넘는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올해 수능 수험생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게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국내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평 접수가 난데없는 ‘백신 티켓’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9월 모평에 응시한 수험생을 모두 수능 응시자로 간주하고, 8월부터 화이자 접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8일 “30~40대가 9월 모평에 응시해도 (고3 수험생처럼) 아스트라제네카(AZ) 대신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된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효능이 높다고 알려진 화이자를 맞으려는 성인들의 9월 모평 허수(虛數) 지원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모평 대란’에는 2022년도 입시부터 약대가 학부 모집으로 바뀌며 대학생·직장인들 사이에 ‘재수’가 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화이자 백신 접종 혜택’이 더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는 “30~40대도 화이자 백신이라니 일단 모평 신청하러 가야겠다” “모의고사비(1만2000원) 받고 백신 장사 하느냐”는 글이 줄줄이 올라온 상태다.

현실적으로 ‘화이자 접종용 모평 지원’을 막을 방법은 없다. 교육부는 “일반 성인 대상 백신 접종도 8월 중순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허수 지원할 유인이 크지 않다”면서 “실제 수능을 보지 않을 거라면 (백신 접종용) 허위 지원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49세 이하 성인 대상 백신 종류와 접종 일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현장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치러지는 9월 모평은 수험생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시험인데, 백신 접종용 허위 지원이 몰려 시험을 꼭 봐야 하는 재수생들이 응시를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겼다”며 “고3 수험생들도 수시 모집을 앞두고 입시 준비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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