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전서 만루홈런을 터트린 LG 트윈스 채은성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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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공포영화를 보다 덜컥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처럼. 지난 27일 삼성전서 7회 채은성(31·LG)이 타석에 들어서자 문득 열흘 전 경기가 떠올랐다.
6월 17일 LG는 키움에 4-5로 뒤져있었다. 7회 초 선두타자 김현수가 투수 땅볼로 아웃당할 때만해도 분위기는 키움 쪽이었다. 김현수라는 큰 산을 막 넘어섰다. 그 순간 채은성의 벼락같은 동점홈런이 터졌다. 결국 LG는 6-5로 역전승했다.
27일 LG와 삼성의 대구경기서 묘한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역시 7회 초였다. LG는 6회까지 삼성 선발 뷰캐년에게 1득점으로 꽁꽁 묶여 있었다. 삼성의 5-1 리드. 투수가 신인 이승현으로 바뀌면서 흐름이 변했다.
선두타자 유감남이 2루타로 혈로를 뚫었다. 두 명의 좌타자가 잇달아 삼진을 당해 소나기는 잦아드나 싶었다. 진기한 장면이 연출된 것은 이천웅 타석 때였다. 이천웅은 볼카운트 2-2에서 ‘타임’을 요구했다.
이천웅은 으레 타임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판단하고 타격을 포기했다. 하지만 차정구 구심은 타임을 수용하지 않았다. 투수 이승현은 바깥쪽 직구를 던졌고, 중계 화면으로 볼 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삼진 아웃으로 이닝 종료가 될 수 있는 상황. ‘묘한’ 일이란 삼성 포수 강민호의 움직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강민호는 타자의 타임 요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판단해 미리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이승현이 투구를 하자 급하게 위치를 잡았다.
한가운데로 들어왔으면 모를까 투수의 공은 바깥쪽을 꽉 채운 상태였다. 포수가 자리를 움직여 시야를 방해한 탓인지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볼카운트는 3-2로 변했다.
마침 다음 타자는 김현수. 전날 자신에게 홈런을 빼앗은 타자다. 신인 이승현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천웅에게 볼넷을 내준 이승현은 김현수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2사 만루, 홈런 한 방이면 순식간에 동점이었다.
채은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열흘 전 장면이 겹쳐졌다.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싸한 느낌. 이승현이 내려가고 심창민이 등판했다. 아니나 다를까. 채은성은 2구째 밋밋한 슬라이더를 두들겨 좌측 관중석에 떨어지는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마치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열흘 전 상황과 데자뷰로 연결되면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채은성의 6월 두 개 동점홈런은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다.
LG는 16일까지 3위였다. 17일 채은성의 동점 홈런에 힘입어 2위에 올라섰다. 이후 5연승을 기록하며 1위로 내달렸다. 하지만 곧 2연패로 2위에 내려앉았다. 26일 삼성과 1승1패를 주고받으며 공동 2위.
27일 경기는 선두권 싸움의 향방을 예견할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채은성의 만루 홈런에 힘입은 LG는 9-5로 승리 1위 KT를 반게임차로 묶어 두었다. LG는 29일 KT를 잠실로 불러 3연전을 갖는다. 열흘 전 채은성의 동점 홈런 약발은 5연승으로 이어졌다. 27일 만루 홈런 효과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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