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 이적 후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든 임상협. [사진 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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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협(33ㆍ포항)은 요즘 ‘부활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전 소속팀 수원 삼성 소속 시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맘고생을 겪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포항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이른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수원에서 보낸 세 시즌 간 27경기 2골 1도움에 그쳤는데, 올 시즌 전반기에만 18경기에서 6골(1도움)을 기록 중이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움직임과 결정력, 후배들을 다독이는 리더십까지 모두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포항에 큰 보탬이 되는 선수”라며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임상협에겐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라는 별명도 있다. 아시아 무대에 나서면 한층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준다. 22일 랏차부리전에서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후반 36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터뜨렸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아시아 무대를 다시 밟은 포항에 감격의 첫 승을 선사했다.
랏차부리전 득점 직후 환호하는 임상협. [사진 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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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화인터뷰에서 임상협은 “(조별리그가 열리는) 태국으로 건너오기 전부터 김기동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술적으로, 고참 선수로서 그라운드에서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을 정확히 알려주셨다. ‘나를 믿어주신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도 이른 무더위가 제법 기승을 부리지만, 아열대 지역인 태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섭씨 30도 안팎의 기온에 습도는 85%에 이른다. 후텁지근한 날씨가 매일 반복된다. 임상협은 “호텔 문을 나서면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든다”면서도 “방역 버블 때문에 숙소를 1인 1실로 쓰는데, 동료들과 대화할 기회가 부족해 답답하다. 차라리 함께 운동할 때가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라차부리전 득점포에 대해 임상협은 “김기동 감독님과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술을 일부 수정하며 힘을 실어주셨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임상협이 소화하는 왼쪽 측면 공격수 포지션은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한 송민규의 자리다. 기회가 생기면 상대 위험지역 한복판으로 파고드는 송민규와 달리, 임상협은 드리블 돌파를 통해 측면을 허물어 공간을 만드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김 감독은 주변 동료 선수들의 인사이드 침투 비율을 높여 임상협이 측면에서 편히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포항스틸러스에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낸 임상협. [사진 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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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상황도 엇비슷하다는 게 임상협의 설명이다. “제2의 전성기라는 표현이 반갑고 고맙지만, 내 경기력이 갑자기 확 좋아진 건 아니다. 결국 선수는 감독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포항에 와서 뛰는 시간이 늘다보니 내가 가진 걸 선보일 수 있는 기회도 함께 늘었다”고 언급한 그는 “김기동 감독님과 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수원에서도 박건하 감독님이 부임하신 이후에 비로소 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 베테랑으로 분류되는 선수지만, 체력 만큼은 여전히 팀 내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팀 훈련 한 시간 전에 나와 개인 운동을 하고, 팀 훈련을 마친 이후엔 별도의 슈팅 훈련을 진행할 정도로 훈련량도 많다. 임상협은 “모든 게 관리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항엔 선수들의 몸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풋볼퍼포먼스 센터가 있고, 주닝요 코치를 비롯해 피지컬 전문가들이 있다. 모르긴 해도 주닝요 코치를 제일 귀찮게 하는 선수가 바로 나일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상협. 사진 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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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배려도 꾸준히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비결이다. 임상협은 “김기동 감독님과 자주 미팅하는데, 몸 상태를 꾸준히 체크하면서 내 의견을 출전시간에 반영하셨다”면서 “시즌 초반엔 몸 상태와 전술 적응 때문에 교체로 뛰는 경기가 많았지만, 팀에 녹아들고 몸도 올라오면서 출전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임상협은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포항이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가까운 목표는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는 거다. 하지만 토너먼트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언급한 그는 “팀으로 싸우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밖에서 봤을 때도 포항은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었지만, 내부자로 참여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끈끈하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 K리그에 스리백을 빙자한 파이브백 수비 축구를 쓰는 팀이 많은데, 포항은 진정한 공격형 스리백 축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포항이 최고라 말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가진 걸 제대로 보여주면 못 이길 팀도 없다”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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