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일 만에 복당…비공개 최고위서 尹공격에 대한 우려도
국민의힘 복당하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 |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이동환 기자 = 국민의힘이 24일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을 의결하면서 홍 의원의 풍찬노숙 신세도 1년 3개월 만에 끝이 났다.
지난해 3월 총선을 앞두고 험지 출마 문제로 25년간 몸을 담았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한 지 453일 만이다.
당시 홍 의원은 출마할 지역구를 두 번이나 옮겼지만, 공천에서 배제됐고, 결국 친정을 떠나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 간판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앙숙'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바로 당권을 잡으면서 복당의 길은 요원해졌다. 홍 의원도 복당계를 따로 내지 않은 채 장기전을 불사하고 당 밖에서 버텼다.
이후 4·7 재보선과 함께 '김종인 체제'가 끝나고 지난 6·11 전당대회로 복당에 우호적인 '이준석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복당은 급물살을 탔다. 결국 이 대표 당선 11일 만에 복당은 성사됐다.
◇ 벌써 내부 불협화음…조수진, 이준석에 "말 가려서 하라"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는 홍 의원의 복당을 두고 가시 돋친 신경전도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이 야권 유력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저격수로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경우 '원팀' 기조에 균열이 가면서 적전분열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면서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향해서 "말씀을 잘 가려서 해야 한다"며 "대선 후보와 당 대표를 지낸 홍 의원에게 '아마추어'라 하고, 이후 '복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면 누가 이 대표 발언에 동의하겠나"라고 직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이 홍 의원에게 전날 전화를 걸어 "(윤 전 총장이 했던) 검찰의 활동을 '사찰'로 규정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라고 말한 사실도 최고위원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의 'X파일 불법사찰'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을 두고서다.
이에 정미경 최고위원은 "홍 의원이 '사찰'이라고 비난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가세했고, 김재원 최고위원도 "사찰 운운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며 "원래 그런 분이고, 앞으로 사고를 많이 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준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체제에서 당 대변인을 지냈던 김기현 원내대표는 "그렇게 말하면 명예훼손이자 모욕일 것 같다"고 농담했고, 최고위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반면 홍 의원이 발탁한 배현진 최고위원은 "복당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복당하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 |
◇洪 영향력 여전…당내 역학구도 변화 불가피
홍 의원의 복당을 계기로 당내 역학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앞서 최고위 분위기에서 보듯 홍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가져올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당내 구도는 이준석 체제 출범과 함께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옛 바른정당계 주자들이 약진하는 상황이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3인방(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하태경 의원)은 모두 탄핵 사태 이후 탈당했던 바른정당 창당 멤버들이다.
반면에 홍 의원은 2017년 탄핵 사태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출마했고, 이후 당 대표를 하면서 '잔류파'를 이끌었다.
자유한국당을 이끌면서 강성 이미지를 쌓아온 홍 의원은 '보수 텃밭'이자 핵심 당원이 밀집한 영남권에서 지지세가 두텁다.
홍 의원이 당내 대권주자로 등판하면서 물밑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열성 당원층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소속임에도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야권 주자 상위권을 유지해왔다는 점도 이러한 영향력을 방증한다.
국민의힘 복당하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 |
◇ 강성 홍준표, 야권 대통합에 어떤 영향?
홍 의원의 복당이 범야권 대통합에 가져올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 대표가 '8월 경선 버스 출발론'을 내세운 가운데 당 밖 주자들이 입당을 결단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당내에 깔려있다.
반대로 홍 의원 특유의 '강성' 이미지로 중도 성향의 대권 주자나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 다시 거리를 둘 것이라는 우려도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 전 검찰총장을 향한 홍 의원의 과도한 견제가 야권 전체를 '공멸'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홍 의원은 싸울 줄 아는 사람이다. 당연히 1등 후보를 물어뜯을 것이고 그것은 당에 마이너스"라며 "경선이 품위 있는 경쟁으로 가야 하는데, 자꾸 진흙탕으로 가면 민심이 떠나게 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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