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이슈 물가와 GDP

[한은 물가점검] 2% 물가 불붙는데…기름붓는 정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 "중기적 시계 인플레 가능성"

지난 2년간 0%대 근원물가도 1%대로 회복

"회복속도, 과거 위기에 비해 빠르다"


2차 추경규모 최대 35조원

소비진작효과, 물가 자극해

이주열 "재정정책, 통화와 상호보완"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한국은행의 최근 물가평가에서 주목할 점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단기뿐 아니라 1년 이상 중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기회복이 뚜렷하고 각종 물가지표가 빠른 속도로 오른 점을 거론하며 "중기적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올 하반기 이후 물가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 것과 결이 다르다. 특히 정부가 다음 주중 내놓을 3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역시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한은은 봤다.


"하반기 물가 2% 내외 등락… 근원물가 회복 빠르다"

24일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서 "빠른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어 하반기 중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에서 등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원자재·농축산물은 물론이고 원유 등 글로벌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다 백신접종 확대 등에 따른 소비수요 회복이 물가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연간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은은 지난 2년간 0%대에 그쳤던 근원물가 상승률이 1%를 웃도는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외부충격에 의해 물가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지수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근거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공급 외에 수요 측 물가압력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4~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의 품목별 기여도를 분해해보면 농축수산물, 석유류 외에 서비스 물가 기여도가 크게 증가했다. 5월 개인서비스와 외식 물가도 1%대 후반으로, 2015~2019년 평균에 가까워졌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달 1.2%를 기록해 두 달째 1%를 넘겼고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1.7%)은 1%대 중후반으로 더욱 높았다. 한은은 근원물가 회복 속도가 과거 위기에 비해 빠른 편이라고 진단했다.


주요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일제히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올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로,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물가를 올린 농축산물이나 유가·원자재 오름세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설명회에서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 특히 최근 국제유가도 한 달 전 전망 시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 배럴당 70달러를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양이 물가상승 압력 키워"

정부의 지속적인 돈풀기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소다. 2차 추경규모(최대 35조원)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6% 규모로, 분기 GDP 기준으로는 6.3%에 달한다. 추경을 통해 캐시백, 재난지원금, 지역화폐 추가 발행 등을 단행하면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어 물가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은이 가계빚 폭증과 물가상승에 대응해 금리 정상화 신호를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은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돈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고 있고, 한은은 계속해서 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재정과 통화정책이 상충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물가수준을 보면 물가를 급격히 올리지 않도록 하는 한은의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돼 물가가 자극되면 향후 통화정책 효과는 줄어들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재정은 소비로 직결되기 때문에 물가를 빠르게 올리는 반면 금융정책은 은행, 시장을 통하므로 시차가 발생한다"며 "속도면에서는 재정 효과가 더 빠르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도 재정확대에 상호보완을 당부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이후 생산성을 높이는 부분으로 재정지원을 집중하는 게 통화와 재정정책의 상호보완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조합"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2.0%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며 "하반기 금리정책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내년 상반기 물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금리를 조정한다면 물가 상방압력을 가라앉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