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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특파원 시선] 중국은 왜 '비트코인 타격'에 전력투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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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 통제' 공산당 통치 철학과 '무정부' 지향 비트코인 상극

중국인 '비트코인 사랑'에 위기감도…디지털 위안화 도입 위한 정지 작업

연합뉴스

중국 국기를 배경으로 한 비트코인 모형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그야말로 '비트코인 타격'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개시한 '비트코인과 전쟁'은 인프라 타격과 수요 억제라는 두 개의 전장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먼저 중국은 작년 기준으로 세계 가상화폐 '채굴'의 65%를 떠받치는 것으로 추산되는 자국 내 채굴장들을 전면 폐쇄함으로써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생태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가상화폐를 '채굴'한다는 것은 거래가 이뤄지도록 막대한 컴퓨터 자원을 활용해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가상화폐를 받는 행위를 말한다.

누군가가 채굴 행위를 통해 계속해서 거래 기록을 정리하지 않으면 비트코인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점에서 중국의 채굴장 전면 타격은 비트코인의 핵심 인프라를 향한 융단 폭격에 비유할 수 있다.

채굴장 폐쇄보다 시장 심리에 더욱 즉각적으로 충격을 준 것은 중국의 비트코인 거래 전면 금지 조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은행과 중국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인 알리페이를 동원해 그간 공공연하게 이뤄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색출에 나섰다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세계 비트코인 수요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변덕'이 파죽지세로 급등하던 비트코인에 1차적으로 불안감을 던졌다면 중국의 '가상화폐 타격' 개시는 비트코인 하락 추세를 본격화한 핵심 요인으로 손꼽힌다.

22일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시장에서 강력한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3만 달러 밑으로 꺼지면서 연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의 가상화폐 급락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시장의 동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국 정부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잘 이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 공존 불가능한 '중앙집중'과 '분산' 철학 간 충돌

중국 정부는 왜 이토록 비트코인을 미워하는 것일까.

우선 기술적 관점보다는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공산당은 모든 분야에 걸쳐 나라 전체를 물 샐 틈 없이 강력히 통제하려는 통치 철학을 갖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집권 이후 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 걸친 중국공산당과 국가의 장악력은 크게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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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중앙집중 지향의 철학은 국가의 간섭을 배제하려는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비트코인의 철학과 상극이어서 공존하기 어렵다.

다당제에 기초한 자유 선거, 언론의 자유 등 서구식 민주주의 가치가 자국의 체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는 것처럼 중국공산당은 정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통치 기반을 약화할 수 있는 잠재적인 체제 위협 요인으로 여긴다.

중국 당국의 처지에서 보면 '비트코인의 세계'가 점차 거대해지면서 잠재적이던 위협이 한층 현실의 위협에 가까워졌다.

공식적인 금지 방침에도 최근 수년간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비트코인의 인기는 크게 높아졌다.

정확한 통계를 찾기 어렵지만 작년 세계 가상화폐 거래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운영되는 바이낸스, 후오비, OKEx 등 중국계 거래소에서 이뤄진 것은 그만큼 중국인들이 가상화폐를 활발히 거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 샐 틈이 없을 정도로 각종 금융 규제가 촘촘한 중국에서 중국인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화폐에 더욱 큰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정부의 해외 송금 제약이 심해지면서 중국 부자들은 자기 재산을 은밀히 해외로 보내 부동산 등 현지 자산에 투자하는 데 비트코인이 매우 유용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부정부패가 여전히 심각한 사회 문제인 중국에서 비트코인이 '뇌물' 수수에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인민은행이 21일 가상화폐 거래 색출 방침을 전면화하면서 "가상화폐 거래·투기가 불법 해외 자산 이전, 돈세탁 등 범죄 행위를 부추긴다"고 비난한 것은 중국인들이 이미 당국의 눈을 피해 경제 활동을 하는 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활발하게 쓰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디지털 위안화 도입 가까워지자 '비트코인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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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안' 전자지갑 화면
[신랑재경 홈페이지. DB 및 재판매 금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 도입 준비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비트코인 죽이기' 행보가 본격화했다는 점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비트코인과 달리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화폐(CBDC)다. 종이나 금속으로 된 실물을 찍어내지 않을 뿐이지 기존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여러 시범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험을 광범위하게 진행 중인데 공개적으로 '도입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이미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다.

중국은 내년 2월 개최될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자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선전의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민간이 주도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자국의 경제 주권을 침식할 수 있다고 보고 경제 주권 수호 측면에서 비트코인과 반대로 중앙집중적인 통제가 가능한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준비해왔다.

기술 발전으로 세계 화폐 질서의 변혁기가 도래하자 수세적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철학을 기반으로 새 판을 능동적으로 짜 새 질서의 주도권을 쥔다는 중국 공산당식의 사고방식이다.

중국 당국도 비트코인 타격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앞둔 사전 정지 작업 차원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지난달 사설에서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 불법 채굴 및 거래 활동 타격 강도를 높여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을 위한 더욱 양호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의 비트코인 거래 색출 방침이 나오자 일부 '코인판'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그랬듯 '중국발 악재'가 이번에도 일시적 노이즈에 그칠 수도 있다는 다소 낙관적인 내놓기도 했다.

다만 비트코인 타격에 나선 중국이 최근 '작심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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