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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인터뷰①] ‘로스쿨’ 김명민 “고사하려 했던 작품, 아들 친구 사인 요청에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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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드라마 `로스쿨`에서 한국대 로스쿨 교수 양종훈을 연기한 김명민. 제공|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처음엔 고사하려고 했어요. 아무리 봐도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와 비슷해지겠더라고요.”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배우 김명민(48)은 그럼에도 드라마 ‘로스쿨’을 선택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촌 형 같은” 김석윤 감독 때문이다.

캐스팅 제의를 받고 “김석윤 감독과 함께라면 하겠다”고 역제안을 했고, 다른 걸 준비하고 있던 김 감독과의 재회는 그렇게 예고 없이 성사됐다. 그는 “한 번도 작품을 못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김 감독을 향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주기적으로 이런 캐릭터 섭외 제안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다른 쪽으로 바꿔보려고 해도 되레 어색해지는 난관에 부딪혔죠. 이번 드라마 대본도 강마에와 톤과 어미처리 등이 너무나도 흡사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러시더군요. ‘강마에는 10년 전 캐릭터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모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너의 그 캐릭터를 다시 보고 싶어한다’고요. 결과론적으로 작품 자체가 좋은 평을 받아서 만족합니다. 제작진 감독님이 원하시면 10년 후에 할 의향이 있어요.”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극본 서인, 연출 김석윤)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펼쳐지는 캠퍼스 미스터리 드라마로 6.1% 시청률로 종영했다.

김명민은 극중 한국대 로스쿨 교수 ‘양종훈’을 연기했다. 한국대 로스쿨생들 사이에서 기피 1호 대상, 문제적 교수였다. 검사 출신의 형법 교수로 엘리트 법조인다운 면모를 지녔지만, 한 편으로는 학생들을 휘몰아치게 만드는 범상치 않은 양면의 캐릭터였다.

그는 ‘양종훈’에 대해 “세보이지만 누구보다 외롭고 슬픔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측은지심이 많이 들었다. 더 애착이 갖고 다른 인물들 보다 더 사랑스러웠다”고 돌아봤다.

‘우리시대 진정한 스승이란 무엇인가’에 화두를 던진 이 드라마에 2030은 열광했다. 문답법으로 학생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여 ‘공포의 양크라테스’란 악명을 가졌지만, 법꾸라지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안겼기 때문일까.

“양종훈 교수 같은 선생에게 배우는 학생들은 정말 행운 아닌가요? 배우는 과정이 힘들었겠지만 든든했을 테니까요. 양 교수는 채찍질은 티나게 하면서도 당근을 티나지 않게 주죠. 자신이 느낀 자괴감을 학생들에게 되풀이해주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학생들을 대할 때 더 모질게 군 것 아닌가 싶어요. 제가 만약 성적이 좋고 양교수를 만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런 로스쿨에 들어가고 싶어요. 그만큼 좋은 양교수처럼, 참스승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아지길 바랍니다.”

인기도 실감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여서 느낌이 없을 줄 알았다”는 그는 “지인 분 중 무뚝뚝한 분이 계신데 ‘로스쿨’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고 다음을 궁금해하셨다. 제 아들이 고등학생인데 한동안 연락 없던 친구가 ‘니 아빠 멋있더라 사인 좀 받아줘라’고 했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주변 반응을 전했다.

그는 “요즘처럼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급변하는 상황에 이렇게 진지하게, 하나하나 파헤쳐가면서 봐줄 수 있는 분들이 있을까 생각했다”라며 “같이 한 가족이 앉아서 시청하면서 이야기하고 그런 것들은 과거 속에 흘러간 것들이다. 각자 휴대폰을 보면서 그때그때 욕하고 스트레스 해소하고 넘어가고. 그런 문화에 젖어있다 보니까 이런 정통, 진정성 있는 드라마가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극적인 장르물이 쏟아져나오는 시점에 ‘로스쿨’은 드라마의 정통성과 진정성이 살아있는 가뭄의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고 돌아봤다.

“한 사건을 가지고 16회까지 끌고 나가면서 각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풍부한 볼거리도 줄 수 있단 건 힘든 일이다”며 드라마 인기 요인으로 시청자들의 목마름을 꼽았다.

“OTT로 생겨난 새로운 문화가 우리에게 빨리 오게 됐죠. 수많은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자극적이고 편향된 장르의 장르물이 많이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드라마는 20여 년 전에 나온 ‘키이스트’ 드라마가 생각나게 해요. 캠퍼스물을 지향하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법정 스릴러를 합쳐놓은 거니까요. 피곤하긴 하더라도 남는 게 있고 진정성, 정통성이 있는 드라마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보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느낀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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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은 “‘로스쿨’은 드라마의 정통성과 진정성이 살아있는 가뭄의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고 돌아봤다. 제공ㅣ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입에 붙이 어려운 법조 용어들부터 대사량도 상당했다. 김명민이 장문의 대사를 연기하는 모습은 또 다른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나름의 비법이 있을까.

“외우는 방법밖에 없어요. 잠꼬대 할 정도로 술술술 하는 게 관건이었죠. 저조차도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이해가 안된 것 투성이었는데 반복해서 보고 공부하면서 찾아보고 1년간 익혔어요. 그런데 관객들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장면을 보는 게 쉬울까요. 너무 어렵겠죠. 제가 배심원을 향해 하는 대사, 관객들에게 하는 대사들은 어쩌면 시청자들에게 하는 대사라 생각해요. 집사람 앞에서도 해보고 ‘내가 하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고 연습하면서 외웠던 기억이 있어요. 제 몫이 중요하구나 책임감을 가지면서, 한번에 이해를 시켜야 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죠.”(인터뷰②에서 계속)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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