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재즈밴드 `신박서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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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음악 장르요? 음,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신박한 음악을 한다고 하면 안될까요?"
국악기 가야금와 섹소폰, 베이스기타, 드럼 연주자들이 2019년 결성한 '신박서클'은 국악과 재즈의 경계에 선 밴드이다. 멤버 신현필(41·섹소폰), 박경소(40·가야금), 서영도(51·베이스), 크리스티안 모란(38·드럼)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밴드 이름은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재즈밴드로선 독특하게 피아노 연주자가 없는 대신 가야금 소리가 섹소폰·베이스·드럼과 어우러지며 신박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신박서클이 다음달 2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여우락(樂)' 무대에서 재즈피아노와 만남을 시도한다. 올해 12회를 맞는 여우락은 국악과 다양한 장르의 접목을 시도하는 국립극장의 음악축제다.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35)이 신박서클과 한 무대에서 합을 맞춘다. 지난 15일 국립극장에서 연습을 위해 모인 이들을 만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하는 동안 한국적인 음악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을 많이했어요. 다른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 자신들의 민족 음악을 어떻게 재즈라는 장르에 접목할지 고민하고 시도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았죠. 그래서 귀국해선 국립국악원에서 수업도 듣고 많은 국악 연주자들과 교류하며 한국적인 정체성이 반영된 재즈를 추구해 왔어요."(신현필)
신현필은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를 눈여겨보다 2017년 여우락 페스티벌 때 협업을 제안하며 첫 만남을 가졌고 2년 뒤 신박서클 결성으로 이어졌다. 박경소는 국립국악중학교·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가야금를 전공한 뼛속까지 국악인이다. 2017년엔 KBS국악대상(현악)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통 국악 연주 외에도 국내외의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과 협연을 하며 국악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저는 협업을 할 때마다 제 역할을 다양하게 바꿔요. 악기 조합을 보고 필요하면 제가 치고 나가기도 하고, 아니면 뒤로 한발 물러서서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맡기도 하죠. 재즈 밴드에서 제 역할은 피아노이기도 하고 기타이기도 해요. 스윙, 보사노바 같은 재즈리듬을 가야금로 구현하는데 3년 걸렸어요."(박경소)
"원래 재즈밴드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을 기본으로 해요. 피아노가 없다는 건 굉장한 모험이죠. 하지만 경소씨에게 팀 색깔을 확실히 하기 위해 피아노와 기타 없이 가자고 했어요. 피아노를 빼면 오히려 가야금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신현필)
신박밴드의 개성강한 음악은 이같은 독특한 악기 구성에서 비롯됐다. 자기주장이 강한 섹소폰과 조용하고 차분한 것 같은데 할말은 하는 가야금 간 대화가 묘한 합을 이룬다. 여기에 베이스, 드럼의 리듬이 더해지면서 형성되는 사운드는 몽환적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 |
이런 신박밴드에게 이번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상당한 모험이다.
"가야금과 피아노의 역할이 중복되는 부분도 있어서 많이 소통하면서 준비를 하려고 해요. 신박서클 음악을 계속 들으며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고민 중이에요."(윤석철)
"석철씨는 음악적 아이디어가 풍부해요. 치고 빠지기도 잘하고요. 이제까지 저희 음악과는 상당히 다른 음악이 나올 것 같아요."(신현필)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협업으로 촉발된 퓨전국악 바람을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퓨전을 국악과 재즈, 가요, 클래식 등 서로 다른 장르 간 조합이 아닌 뮤지션들간 협업으로 이해하는 게 보다 정확할 것 같아요. 각 뮤지션 마다 고유한 음악을 하는데, 이걸 섞었을 때 완전히 새로운 게 나오거든요. 이날치, 앰비규어스 협업도 개성넘치는 아티스트들의 조합 중 하나인 거고요."(박경소)
"사실 저는 장르를 구분하는 개념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아요. 다양한 음악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모이는 게 퓨전이죠."(윤석철)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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