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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직장 상사로 부터 시계 선물을 받은 뒤 불법촬영 피해를 입은 30대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16일 공개한 보고서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비동의 성적 촬영물 이용한 범죄)’에 따르면 직장인 이예린(가명·30대)씨는 지난 2018년 자신에게 추근대던 유부남 상사로부터 탁상형 시계를 선물 받았다. 이씨는 시계를 한동안 침실에 뒀다가, 깜빡거리는 불빛이 신경 쓰여 며칠 뒤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런데 시계 위치를 바꾸자마자 상사는 시계를 잘 놔두라며, 원치 않으면 다시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씨는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인터넷으로 해당 시계에 대해 조사했고, 결국 한 달이 지나 시계 안에 카메라가 내장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시계로 촬영된 영상이 상사의 휴대전화로 송출돼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씨가 상사에게 이를 따지자 상사는 “밤새 그거 찾았냐”며 자신을 지켜본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결국 상사는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이씨는 법정에서 합의를 종용받았다며 2차 가해가 있었다고 분노했다. 이씨는 “판사가 ‘합의를 하는 게 어떠냐, 재판이 계속 진행되면 너한테 좋을 것이 없다’라고 했다”고 지난해 2월 HRW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이씨는 사건이 발생 이후 우울증 등으로 약을 복용하며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RW는 이같은 한국의 디지털성범죄 피해 사례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면서 ‘솜방망이 처벌’과 그에 따른 2차 가행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다수의 피해자가 수사·사법 기관에서 2차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으며, 2019년 검찰로 넘어간 성범죄 사건의 46.8%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불법촬영물 제작·유포 사건에 대한 불기소 처분율은 43.5%에 달한다.
보고서는 사법기관이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피해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하라고 경찰청, 대검찰청, 대법원에 권고했다. 성평등과 성인지 감수성, 재트라우마에 대한 교육을 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불법촬영물 삭제 및 심리치료 등으로 경제적 피해마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개선안도 내놨다.
이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12명과 정부기관·민간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심층 면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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