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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티셔츠 차림에 총을 든 여성. 미얀마 군부 쿠데타 100일을 맞았던 지난달 11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은 2013년 미스그랜드인터내셔널 대회에 미얀마 대표로 참여했던 타 텟 텟(32) 씨였습니다. 타 텟 텟씨는 당시 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지난 4월 자신이 군부에 대항하는 무장조직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체조 국가대표 선수 경력의 체조강사이자 배우, 모델로 종횡무진 활약했던 그녀는 현재 민주진영의 시민방위군(PDF)에 소속돼 군사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이 배우 시절 들어봤던 가짜 총이 아닌, 진짜 총을 들고 무장투쟁훈련에 임하는 것입니다. 타 텟 텟 씨에게 왜 여러 길 중에 무장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간명했습니다. 시민불복종운동 참여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봤지만, 군부의 유혈 진압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타 텟 텟 씨는 "군부가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인 총으로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이 모든 희생들이 헛된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이게 제가 진짜 총을 들게 된 이유"라고 했습니다.
타 텟 텟씨는 현재 자신과 같이 미얀마 민주진영의 시민방위군에 합류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를 응원하고 지지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효율적인 지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미얀마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를 미얀마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미얀마 군부와의 교역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의 지원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의 도움과 기도가 우리 미얀마 시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며 "동쪽의 좋은 이웃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다음은 타 텟 텟 씨와 SNS를 통해 5월 중순부터 28일까지 진행한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일부 추가 질의를 진행하는 와중에 연락이 닿지 않아 부득이 지난달 말까지의 인터뷰 내용만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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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의 '유일한 언어'인 총으로 맞서지 않으면, 모든 희생 헛될까 우려"
Q.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미얀마 군부에 의해 숨진 희생자와 그 가족들, 친구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그리고 SBS와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한국의 많은 분들도 알고 계시지만, 자기소개를 우선 부탁드립니다.
A. 네, 저는 체조 국가대표선수였고, 2013년에는 미스미얀마였으며, 연기자와 모델, 그리고 체조강사로도 활동했습니다.
Q. 당신은 언제, 어떤 경로로 무장조직에 합류하게 됐습니까? 그리고 그 조직이 민주진영의 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가 만든 시민방위군(PDF)과 같은 것인가요?
A. 네, 맞습니다. 저는 4월 초에 합류했고, 제가 소속된 조직은 시민방위군(PDF)입니다.
Q. 사실 미얀마 군부에 대항하는 방법에는 시민불복종운동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왜 총을 들게 됐습니까?
A. 저는 그동안 제가 쓸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사용해서 시민불복종운동을 지지하고, 또 그 시위대를 위한 기부금을 마련했으며, 그 가족들을 지지하는 일도 해왔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이 모두 이 운동에 참여한다면, 이 모든 행위들이 군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군부에 저항하는 연료와 같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평화로운 시위에도, 군부는 우리를 잔인하게 공격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자유를 강탈했고, 인권을 박탈했으며, 우리를 살해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통치권을 인정하기를 우리에게 바라고 있습니다. 그 독재자는 결코 우리에게 쉽게 권력을 내주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위해 버티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들의 유일한 언어인 총으로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이 모든 희생들이 헛된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진짜 총을 들게 된 이유입니다.
"민주진영 국민통합정부, 미얀마 유일의 합법 정부로 인정해달라"
Q. 당신처럼 시민방위군에 합류하는 젊은이들 수가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이 파악하는 방위군 규모나 군사훈련 내용에 대해 공유 가능한 것이 있습니까?
A. 물론 시민방위군에 합류하는 이들의 수는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안전상의 이유로 답변을 삼가겠습니다.
Q. 군부를 타도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우리가 결코 우리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이 잔인한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강한 결심과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를 우리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잔인한 군부를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지지도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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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와의 교역도 끊어야…군부 수입은 '학살 무기'로 쓰여"
Q. 그 외에도 효과적인 국제사회의 지지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국제사회의 도움 중 하나는 미얀마 군부와의 교역을 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부는 1960년대부터 민영 기업이라는 이름 하에 축적해온 부를 토대로 권력을 남용하며 내수 시장을 독점해왔습니다. 이러한 부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수많은 이들을 학살하는 무기로 고스란히 바뀌었습니다. 몇몇 나라와 회사들로 인한 군부의 수입은 마지막 한 푼까지도 사람들을 살해하는 총과 총알로 바뀌고 있습니다. 모든 나라에서 이러한 군부와 관련된 사업을 중단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유일한 합법 정부인 국민통합정부를 지지하고 이 정부를 승인하는 것이 효과적인 지지가 될 것입니다.
"한국, '동쪽의 좋은 이웃' 되어줘서 감사…앞으로도 지지 부탁"
Q. 아세안과 유엔,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대응과 관련해 의견이 있으신가요?
A. 일단 이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정의와 자유를 위한 노력을 지지해주십시오. 그리고 우리는 국제사회가 보여준, 우리를 도우려는 모든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들의 도움과 기도는 우리 미얀마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이 '동쪽의 좋은 이웃'이 되어줘서 고맙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동안 계속 그래 왔듯이 한국인 여러분들을 앞으로도 계속 축복하실 것입니다.
김혜영 기자(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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