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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새주인 맞는 이스타항공… 넘어야 할 난관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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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진행된 이스타항공 본입찰에 당초 인수 의사를 밝혔던 하림그룹이 입찰을 포기하고 쌍방울그룹만 단독 입찰했다.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인수후보기업 성정과 쌍방울의 2파전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서울회생법원은 입찰 가격을 기준으로 21일 최종 인수예정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항공업계에선 이스타항공이 새 주인을 만나도 정상화까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해고 문제로 노조와의 갈등이 부각돼 있는 가운데 2500억원에 달하는 부채가 새 인수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저비용항공사(LCC) 간의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당장 이스타항공이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 하림그룹 역시 이같은 부담에 결국 이스타항공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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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여객기. /이스타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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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 정상화, 노조 협조가 필수

항공업계에서 지목하는 이스타항공 정상화의 최대 선결 과제는 노사문제 해결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직원 605명을 해고하면서 노사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민주노총 소속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당시 회사가 해고를 피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지난달 해고자 41명의 대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인용됐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인수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부당해고 근로자에 대한 즉각적인 복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인수 기업은 당장 모든 인원을 복직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규모가 과거에 비해 대폭 쪼그라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기준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여객기는 총 23대였다. 그러나 경영난으로 지금은 여객기 대부분을 반납하고 4대만 남았다. 이 가운데 2대는 두 차례 추락 사고로 운항 금지 조치가 내려진 보잉 737-맥스8 기종이다. 향후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받아도 당장 띄울 수 있는 여객기는 보잉 737-800 2대뿐이다.

올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던 한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부분이 노조 문제였다”라며 ”앞으로 정상화 과정이 순탄치 않은 만큼 임직원의 협조가 가장 중요한데, 노조가 강성이면 인수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스타항공 노조는 최대한 인수 기업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입장에서도 상당한 임금이 체불된 만큼, 성공적인 매각과 급여 보전 등을 위해 한발 뒤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인수 후 ‘먹튀’하려는 자본은 절대 인수해선 안 된다”라면서도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노동자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는 듯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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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8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이스타항공 부실 주범, 이상직일가 탈세제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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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 2500억원, 회생채권 변제율이 관건

이스타항공이 지닌 부채도 난관이다.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이 변제해야 할 부채가 25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체불임금, 퇴직금 등 공익채권 규모만 700억~8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공익채권은 탕감되지 않고 인수기업에 우선적으로 변제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 공항사용료, 항공유류비 등 법원에 신고된 회생채권 규모는 1850억원 가량이다. 이 가운데 AOC 발급에 필요한 비용만 100억원에 달한다. 회생채권에 대한 변제비율은 공익채권 변제를 감안한 후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 결정될 전망이다. 채권단 입장에선 회생채권 변제율을 최대한 높이길 원하는 만큼 인수기업에는 비용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089590)과 인수합병(M&A)에 실패한 이후 여러 기업과 인수 협상을 벌여왔으나, 결국 무산됐던 이유도 막대한 부채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스타항공은 법원 주도로 공개 매각 절차를 밟아 인수 후보자를 정하겠다며 올해 1월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이날 하림그룹이 최종적으로 입찰에 포기한 배경에도 이스타항공의 막대한 부채 영향이 크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인수 금액 부담 때문에 입찰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스타항공의 부채 규모와 인수 후의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찰에 불참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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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내 저비용항공사(LCC) 발권 데스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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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CC 과포화 상태… 수익 없으면 ‘밑 빠진 독'

이스타항공에 대한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뒤, 운항을 시작해도 문제다. 결국 수익을 내지 못하면 ‘밑 빠진 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이 시장에 복귀한 뒤 경쟁하게 될 다른 LCC들은 지금 1만원(편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초특가 항공권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치킨게임'에 들어간 상태다.

과당 경쟁은 LCC 전반의 재무 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경우 올해 1분기말 기준 지난 1년 동안 부채비율이 483%에서 705%로 심화됐다. 같은 기간 티웨이항공(091810)은 352%에서 886%, 진에어(272450)는 359%에서 1793%까지 확대됐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현재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여기에 올해는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신생 항공사까지 등장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단계적으로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제도가 시행되면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겠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여객 수요가 회복하려면 2024년은 돼야 한다는 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전망이다. 이스타항공 입장에선 최소 2년 이상 적자를 감수하며 버텨야 한다는 뜻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지금 화물기도 없고 여객기도 타사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여객 수요가 회복된다고 해도 흑자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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