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당선으로 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전 민주당 의원. /남윤호·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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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혁신 주도권 빼앗겼다" 초긴장…대권 지형 변화 전망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헌정사상 최초의 '30대 당 대표' 등장으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4·7재보궐 선거 이후 '쇄신'을 외치던 여당에서는 "혁신 주도권을 빼앗겼다"며 초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030 세대의 표심이 또 한 번 정치권을 강타한 것으로, 대선 국면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나, 이낙연 전 대표 등 기성 정치인으로 대표되는 대권주자들은 '세대교체' 여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36세 이준석 당 대표가 선출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여러 인사가 "정치가 새롭게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축하했다. 하지만 젊은 야당 대표를 지켜보는 속내는 복잡하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낡은 '꼰대 정당'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A 중진 의원은 "(재보선 이후에) 혁신 경쟁이 붙었는데 (이 대표의 등장으로) 우리는 그보다 뒤처지고 있고, 우리는 여당이라 기득권 프레임이 있는 입장에서 더 창조적인 파괴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서 초조함과 압박을 많이 느낀다. 이번 기회에 우리 당도 국민의힘보다 더 유능한 당 체제와 외적인 면을 보이기 위해 획기적으로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준석 현상'은 문재인 정부의 공정과 정의에 실망한 MZ세대의 정치 참여 열망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수락연설하는 이 대표. /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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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중도보수'를 자처해온 이 대표를 향한 협치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 30대 B 초선 의원은 "협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보수 야권 '탑3'는 원심력을 원했을 텐데 이 대표는 자강론을 외치고 있기 때문에 구심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면 여러 당내 갈등과 균열이 분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내부의 균열 수습과 대선 승리가 우선 과제가 될 것이기에 여당과의 협치는 기존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현상'이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바라는 민심의 분출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기성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젊은 시각과 행보가 우리 정치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길 바란다"고 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모든 차별도 함께 깨고 정략적이고 낡은 진영논리와 증오, 분열, 좌우이념의 관성도 함께 깨자"고 했다.
다만 '세대교체 열풍'이 향후 대선 국면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A 의원은 "정국을 어느 당이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느냐의 경쟁이라고 한다면 우리 당이 주도권 싸움에서 뒤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B 의원은 "야당의 당대표가 뽑힌 것과 대선 후보는 다르다. 야당에 젊은 대선 후보가 등장한 건 아니지 않나. 어쨌든 대선 관리를 위한 당 지도부를 뽑은 것이라 우리도 그렇고 국민의힘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게 고민할 일이다. 꼭 이준석 대표 때문이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혁신 경쟁을 하는 건 불가피한 것이다. (이 대표 등장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이라고 했다.
'세대교체' 바람이 대권 지형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선화·이동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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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판도가 '정권교체'에서 '세대교체'로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선판도가 젊어질 것 같다. 새로운 인물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은 흥행 차원에서 젊은 인물들 중심으로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장에선 흥행 구도가 짜인다는 점에선 긍정적인데 표심이 세대교체 쪽으로 간다면 장담 못 한다. 이재명 지사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도 기존 판도에 집착할 게 아니라 대응해야 한다. 박용진 의원을 띄우고 박 의원보다 더 젊은 외부 인재를 데려와야 할 수도 있을 거다. 대선이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도 "이 대표의 성공 여부를 떠나 한국 정치가 세대교체를 통한 새판 짜기 실험이 시작됐다는 신호탄으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선을 주도하는 유권자가 달라졌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라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과 역할이 훨씬 중요해지고 이를 정치권이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과거에는 중도층 표심의 향방이 후보 결정에 결정적인 변수였는데 이제는 20대, 30대 표심에 어떤가에 따라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평론가는 또 공정과 정의 열망을 반영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세대교체론'으로 옮겨간 것이기에 여권 대선주자들의 노선 설정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대선 국면에서 청년을 겨냥한 정책이 많이 나오고 참여 공간도 넓어질 거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민주당은 위기 상황을 맞이한 거고 후보군에서는 정세균 전 총리나 이낙연 전 대표처럼 문재인 정부와 함께했던 이들은 대선 가도에서 상당히 적신호가 켜졌다고 봐야 한다. 박 의원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3위로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이어 "이 지사도 문재인 정부 계승자로서의 노선을 가져갈지 아닐지 고민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친문 지지만 받으면 대권가도가 순탄할 것으로 봤지만 '이준석 현상' 이후엔 친문과 손잡으면 대권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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