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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헌재가 판단해야 할 주요 쟁점은?(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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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에는 탄핵심판과 사법권 독립 등 다양한 헌법적 쟁점들이 담겨 있어 이번 헌재의 결정이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특히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2명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헌재에서 심리된 바 있지만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은 이번 임 전 부장판사 사례가 처음이다. 과거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해, 2009년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각각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회 표결에서 부결되거나 국회법상 처리 시한을 넘겨 최종 심리까지 가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법(이하 헌재법) 제48조(탄핵소추)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는 국회는 헌법 및 국회법에 따라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탄핵 대상으로 1호에서 4호까지 대통령, 국무총리,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등을 열거하고 있다.


헌재법 제53조(결정의 내용) 1항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조 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결국 헌재가 탄핵심판청구를 인용하기 위해서는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점이 인정되는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앞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에서 헌재는 "헌재법 제53조 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의 소추사실 요지에 따르면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했던 2015~2016년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보도와 관련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혐의 사건 ▲오승환과 임창용의 도박 혐의 사건 ▲쌍용차 집회 과정에서의 민변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혐의 사건 등 3건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토 다쓰야 지국장 사건에서는 해당 사건 담당 재판부의 재판장에게 중간판결적 판단이나 판결선고 구술본 수정 등을 요청했고, 야구선수들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이 청구된 사건을 정식 공판절차에 회부한 판사를 불러 주변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라고 권유해 결국 결정을 번복하게 만들었고,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서는 이미 선고된 판결문의 내용을 수정하게 함으로써 헌법상 사법권 독립,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고, 법원조직법이나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는 게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유다.

국회 탄핵소추 절차상 하자·일사부재리 문제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 구제 제도인 헌법소원의 경우 본안판단에 앞서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먼저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을 검토하게 된다.


즉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자기관련성, 또 다른 구제 수단이 없다는 보충성 등 여러 요건 중 하나라도 갖춰지지 않은 경우 심판에 회부하지 않고 청구를 '각하'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탄핵심판의 경우 이 같은 지정재판부의 적법성 요건에 대한 사전심사 제도가 없고, 본안에 대한 판단과 함께 이뤄진다.


한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는 심판의 이익을 따질 때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없는 경우라도 전체 헌법 질서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객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될 경우 예외적으로 사건을 각하하지 않고 본안심판을 해왔다. 가령 사법시험 응시횟수를 제한하는 법률규정 때문에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직접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이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경우, 해당 개인의 측면에서는 법률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이 의미가 없어졌지만 다른 수험생들을 위해 헌재가 종국 결정을 내리는 경우 등이다.


피청구인(임 전 부장판사)측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사전조사나 질의·토론 등 국회법상 절차를 생략한 채 다수의 의석으로 밀어붙여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미 동일한 사안에 대한 검찰의 수사나 재판 과정, 그리고 그에 대한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됐고 증거도 확보돼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없었다는 청구인측 반박이 설득력이 있다.


임 전 부장판사의 소추 사유들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에서 형사재판이 진행돼 1심에서 직권남용 혐의 무죄가 선고된 상태다. 특히 야구선수들 관련 사안의 경우 완전히 동일한 사유로 임 전 부장판사는 '견책'의 징계처분까지 받았다.


때문에 피청구인 측은 국회의 탄핵심판청구가 헌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청구인측은 형법상 직권남용과 헌법 위반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즉 형사재판 1심에서 사실관계를 거의 밝히고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일 뿐, 임 전 부장판사의 위헌적 행위는 법원도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국가공무원법상 해임, 파면, 등 여러 가지 징계 종류를 보면 각각의 의미와 법적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법원의 견책 징계로 인해 탄핵심판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탄핵심판 인용 시 주문 형태… 퇴임한 법관에 대한 '파면' 결정이 가능한가

절차적 관점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건 탄핵심판청구 인용 결정의 효과인 '파면'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 즉 임 전 부장판사가 현재 법관의 신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지난 2월 28일 퇴임했다. 즉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헌재에 탄핵심판을 청구할 당시에는 법관이었지만 헌재의 심리 도중 법관의 신분에서 벗어난 상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헌재법상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다고 헌재가 판단할 경우 헌재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주문은 '피청구인을 법관직에서 파면한다'라는 형태가 된다.


하지만 헌재가 이번 사건 심리를 마치고 선고를 내릴 시점에 임 전 부장판사가 법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형태로 주문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도 양측은 이 점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탄핵심판제도라는 것이 문제가 있는 공직자를 파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라는 전제에서 이미 임 전 부장판사가 공직을 떠난 판큼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피청구인측이 주장하는 반면, 청구인측은 탄핵심판제도의 기능은 단지 문제가 있는 공직자를 공직에서 파면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탄핵소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도 있다는 헌재 판시를 원용하며 이번 사건을 통해 법관 한 사람의 잘못을 따지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수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록 임 전 부장판사는 사퇴했지만 법관으로 재직할 당시 저지른 헌법 내지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잘못됐음을 지적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고 사법권 독립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임기 만료로 퇴임한 법관과 헌재의 파면 결정을 당한 전직 법관 사이에는 연금 지급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대한 위반이라고 판단했을 때 문제는 주문의 형태다.


헌재법은 제50조(권한 행사의 정지)에서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사람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고 정했고, 제51조(심판절차의 정지)에서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탄핵심판 피청구인이 임기가 만료돼 공직에서 물러난 경우에 대해 헌재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


이미 퇴임했지만 퇴임하기 전으로 소급해 파면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지, 혹은 퇴임 이후에 선고를 내리면서 파면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식의 결정이 가능할지 아직까지 선례가 없는 만큼 헌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청구인측 대리를 맡고 있는 송두환 변호사는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헌재가 인용하며 낼 수 있는 주문의 형태에 대한 의견을 차후에 제출하겠다고 지난 10일 열린 변론기일에 밝히기도 했다.


헌재가 탄핵심판에 관한 헌재법 조문 해석상 이미 퇴임한 공직자에 대한 파면 결정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번 탄핵심판청구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단지 결정이유를 통해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의 위헌성·위법성을 명시적으로 지적할 가능성도 있다.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거나, 경미한 위법은 인정되나 그것이 법관을 파면할 만한 중대한 법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각하'가 아닌 '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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