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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언더독 여권 대선주자들, 역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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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제외 ‘경선연기론’ 솔솔… 후보연대로 뭉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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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뭐… 저는 단순히 한번 깜짝으로 끝나지 않을 걸로 봅니다.”

6월 9일 통화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이날, 그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빅3(이재명·이낙연·정세균)’ 중 한명인 정세균을 제치고 깜짝 3등에 올라섰다는 여론조사결과 보도가 있었다. 오차범위 내였지만 그가 받은 지지율은 5.3%로, 4.6%를 기록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0.7%포인트 앞섰다(한길리서치·쿠키뉴스 조사,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본 경선을 앞두고 청주 지역 조직행사를 하러 내려가는 중이었다는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박용진은) 거론되는 여야 대선주자 중 가장 젊습니다. 유일한 97세대 후보이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것은 아마 야당도 마찬가지일 텐데 다 이전에 총리를 하거나 장관·당대표를 맡았거나 심지어는 과거 대선주자로 뛰었던 분들입니다. 아니면 전·현직 광역시도지사이거나…. 사실 한국정치의 답답함, 이 모양 이 꼴을 만드는 데 그분들이 일정한 책임이 있는 걸 국민은 다 알아요.”

정치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있고, 민주당에서 그 국민의 변화요구를 담아낼 만한 사람은 ‘국회의원들을 줄 세우거나 계파로 이번 경선을 치를 생각이 없고, 오직 자기 실력과 자기 손으로 자수성가한 형식창업형 정치를 할’ 자신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지율상승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돌풍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준석 돌풍에 박용진 돌풍으로 맞닥트려 나가야 이길 수 있습니다. 저쪽은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진법으로 나오는데, 우리는 뻔한 인물 구도로 나오면 지죠. 저쪽이 진법을 바꾸면 여기도 진법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닙니까.”

■ “국회의원 줄 세우기, 계파 대선 안 된다”
빅3의 3위 주자 정세균을 제친 여권 대권주자는 또 있다.

추미애다. MBN·알앤써치가 6월 1일부터 2일까지 진행한 범여권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추 전 장관은 5.1%를 기록해 4.2%의 정 전 총리를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제쳤다(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의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추 전 장관은 4.6%를 받아 정 전 총리와 공동 4위를 기록했다.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추 전 장관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추 전 장관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6월 9일 통화에서 추 전 장관 측 핵심관계자는 “외부의 전망과 달리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이 인사는 출간이 예정된 회고록과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에 재임하면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회고가 상당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대표 시절을 포함해 정치활동 전반을 담을 예정”이라며 “책 내용도 아직 수정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아마 앞으로 2주 안에 결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김두관 의원은 6월 9일 백범기념관에서 <꽃길은 없었다> 회고록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6월 중 출마 선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두관 의원 관계자에게 “회고록 출판을 사실상 출마 선언으로 봐도 되는 것이냐”고 묻자 “공식 출마 선언은 아직 하지 않았고, 6월 말 정도에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빅3’ 바깥의 언더독 대선주자로 너무 늦는 게 아닐까. 이 관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난번 대선 기억하시죠. 홍준표 의원이 대선 2개월 전까지 나타난 적이 없습니다. 막판에 부·울·경에서 10~20%를 기록하면서 5% 지지율을 만들고 나서 대선 바로 전달에는 7%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성적은 안철수를 꺾고 21%가 돼요. 경선도 마찬가지라고 보는데, 지역적으로 강력하게 결집하는 모양새가 나타납니다. 이건 경험적입니다.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면 의원님 지지율에서 아직 잡히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봐야지요.”

숨은 표심이 역전의 밑바탕이 된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에도 당내 경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지 않나.

“그때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후보와 지지기반이 공유됐죠. 지금은 (다른 사람이) 없습니다. 부·울·경 지역 지지율이 안 잡히니 전체 지지율이 안 잡히는 거죠. 저희는 막판에 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광재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이 열리던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3주차 대권후보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빅3’를 비롯한 다른 후보와 차별점이 뭐냐는 질문에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민주당 후보다. 디지털 이슈를 선점하거나 외교·미래화두를 제시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10년을 쉬면서 빚진 사람이 없고, 또 중간을 끌어올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친노와 친문이 어떤 계기가 되면 뭉칠 수 있는 정치적 유산이 있는데, 그 적임자가 바로 이광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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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꽃길은 없었다> 출판기념회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앞둔 김두관 의원(왼쪽 일곱 번째)과 출마 선언을 한 박용진 의원(오른쪽 옆)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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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부채 없고 미래화두 후보 뽑아야”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언더독 대권주자들의 우선 과제는 6명의 예비후보를 선발하는 1차경선을 통과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빅3는 1차 당내 경선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남은 세자리를 두고 언더독 주자들끼리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한다. 대권 출마를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6월 2일 당내 대선주자 중 최초로 경선연기론을 공식 제기했다. 총대를 멘 셈이다.

최 지사 측 관계자는 “경선연기 등을 논의할 연석회의를 당에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이라며 “우리의 정확한 입장은 당에서 움직이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보다 경선을 늦추자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계산한 것은 아니고 코로나19 시국에 적어도 7~8월 휴가철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경선은 우리끼리만의 행사가 아니라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져야 한다”라며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두관 의원 측도 “메시지를 낸 것처럼 코로나19 시국에서 집단면역이 이뤄지고 나서 경선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냐는 것이 우리의 취지”라며 “쉽게 말해 3분기, 9월 말이나 10월 넘어서 경선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이런 취지도 있다. 지금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인데, 이건 대권주자의 개인 성적이라기보다 당 전체의 성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대통령도 집권 마지막 해에 코로나19 대처로 집중하겠다고 하니 문재인 정부가 성과를 낼 시간을 줘야 하고 그것을 업고 같이 가야 한다는 뜻이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도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매주 대선정책을 발표하는 등 대권주자 행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충남권의 맹주였던 구 안희정계 인사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모양새다. 당장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은 정세균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어기구 의원(당진)은 이낙연 조직인 신복지충남포럼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강준현 의원(세종시을)은 이재명 지사의 민주평화광장의 세종시 상임대표를 맡았다. 박완주·김종민 의원도 정세균계로 분류된다.

게다가 정진석 의원을 비롯한 야권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에서는 ‘충청대망론’을 적극 제기하고 있어 지역 기반부터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 지사 측 관계자는 “윤석열 충청대망론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만들어내고 있는 허상이며 옛날 방식의 정치”라며 충청 정치권 인사들의 타 캠프 참여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대선 정국에서 충청도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해 각자의 판단에 따라 개별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 아쉬운 것이 소위 빅3 후보들이 정책공약을 크게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을 하고 있는데, 6명 후보를 가리는 예비경선에서는 본인의 비전이나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맞다. 양 지사가 매주 정책공약 발표에 집중하는 이유다. 우리는 예비경선이나 경선과정에서 본인이 도지사를 하면서 성공했던 도정사례를 바탕으로 ‘충남형 정책’을 이야기하려 한다. 사실 현재 정치의 문제의식은 너무 수도권 중심으로 쏠려 있다. 지방은 소멸위기인데도 여야 대권주자들은 크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론되는 대권주자 중 도지사 출신이 다섯명인데, 좋은 일이다. 자신들이 도정을 해봤기 때문에 지방의 위기를 잘 알고, 수도권 과밀문제에 대해 지방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 “언더독 대권주자 역전 쉽지 않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언더독 후보들의 역전은 가능할까. 민주당사를 보면 그런 경우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2002년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표적이다. 지지율 1%에서 시작한 노무현 후보는 광주경선에서 역전승하면서 이른바 ‘노풍(盧風)’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선거컨설턴트·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역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역임한 신철우 정치컨설턴트는 “현재 빅3를 중심으로 1강2중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2중도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며 “예전처럼 정보가 막혀 있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사태처럼 새로운 이슈가 하반기에 터지긴 쉽지 않고 경제이슈도 극적으로 부각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도 1강으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이 상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치고 올라가기에는 출발이 늦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말이다. 그나마 빨리 움직인 것이 박용진이지만, 박용진이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비문의 경우 이재명이 먼저 선점했기 때문에 깜짝 3위 주자로 올라섰다고 하더라도 지지율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경선연기를 매개로 연대할 수 있을까. 홍 소장은 “모두 각자의 근거로 연기론과 불가론을 펼 텐데, 핵심은 누가 여론에 더 설득력이 있냐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조사결과로는 양쪽 주장의 지지세가 비슷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보면 대부분 50% 이상의 지지를 보였고, 실제 40%대 이하로 내려간 것은 한두 번에 불과했다”며 “하반기 들어 집단면역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수준이라도 백신 등 코로나19 대응에서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 대응 성공으로 정부 지지율 반등상황이 만들어졌을 때 경선을 치러야 하지 않냐는 경선연기론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문재인 정부 평가 지지율에 백신 성과와 관련한 긍정적 평가는 다 반영돼 있다”며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등락과는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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