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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논썰] 이준석 대표 탄생, 세대교체인가 포퓰리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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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 10답’으로 풀어본 ‘이준석 돌풍’ 의미와 전망

‘보수’ 국민의힘에서 36살 이준석 당대표 탄생 ‘이변’

정권교체와 세대교체를 향한 보수 유권자 열망 반영

‘간 보는’ 윤석열, 곧바로 국민의힘 입당하지 않을 듯

2016년 트럼프 당선과 유사한 포퓰리즘적 성격 뚜렷

‘기성 체제’에 대한 젊은층 불만이 ‘이준석 돌풍’으로

트럼프·이준석이 내세우는 ‘공정’, 포용 아닌 능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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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살의 청년 정치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우리 정치사에서 유력 정당 대표에 30대가 뽑힌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만큼 정치권 전체에 던지는 파장과 충격파는 큽니다. 이준석 당대표의 탄생은 ’고인 물’이란 비판을 받아온 한국 정치권의 본격적인 ‘세대교체’ 신호탄일까요, 아니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깜짝 승리한 트럼프처럼 포퓰리즘의 부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까요? <한겨레TV> ‘논썰’에서 박찬수 선임논설위원과 정의길 선임기자가 이준석 대표 선출의 의미와 전망을 여러모로 짚어봤습니다. 두 시니어 기자의 심층적인 대담은 <한겨레TV>에서 보시고요, 여기선 일목요연하게 ‘10문 10답’으로 정리했습니다.

1. 36살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됐다.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 한국 정당사에서 가장 젊은 제1야당 대표가 나온 셈이다. 우리 정치가 여야 양당 구도로 수십년 지속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주요 정당 대표에 30대가 됐다는 건 획기적인 사건이다. 진보정당에선 이정희 의원이 2010년 민주노동당 대표가 됐을 때 ‘젊은 당대표’로 각광받았는데 그때 이 대표 나이는 만 41살이었다. 더구나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에서 30대 대표가 나오다니, 평가야 어떻든 놀라운 일이다. 1970년 야당인 민주당에서 40대 기수론이 분출하면서 45살의 김대중 의원이 대통령후보가 된 이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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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수 성향이 강한 국민의힘에서 젊은 대표가 탄생한 가장 큰 배경은 뭘까?

= 보수 진영에서 정권교체 열망이 그만큼 강하다는 징표다. 바꿔 말하면, 이대로 가선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 또다시 질 거라는 위기감의 발로다. 1970년 민주당에서 40대 기수론이 분출하자 65살의 유진산 총재는 “젖비린내가 난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유진산, 유진오, 허정 등 원로들을 뒷물결로 보내고 김대중 의원이 대통령후보로 올라선 데엔, 기존 리더십으론 또다시 박정희 군사정권에 패할 것이라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강한 위기감이 작동했다. 이준석 대표 선출은 야당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내년 대선에서 매우 높을 것임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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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열린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 거리유세에서 가수 신해철 씨가 노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뒤 노 후보와 손을 맞잡고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우 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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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의 열망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과 비판은 언제나 있어 왔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성 정치인,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항상 최저치에 머물고 있는 게 그 증거다. 그러나 그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걸 뛰어넘을 젊은 정치인의 출현은 쉽지 않았다. 1970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빼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일으킨 바람이 아마 거의 유일할 텐데, 그때 노무현 후보 나이가 50대 중반이었다. 새 정치의 바람은 뚜렷했지만, 세대교체의 의미는 크지 않았다. 이번엔 세대교체의 열망을 담아낼 수 있는 정치인으로 이준석을 보수 유권자들이 신뢰했다고 봐야 한다. 거기엔 서울 강북(노원병)에서 세번이나 총선에 출마해 떨어진 경력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젊은피 수혈’이란 명분 아래 꽃가마를 타고 정치권에 진입한 젊은 정치인은 많았지만 이렇게 한 선거구에서 세번이나 떨어지고도 계속 도전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이준석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되긴 했지만 그 이후 밑바닥 현장에서 정치를 해온 점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평가를 받은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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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준석 대표가 당을 잘 이끌 수 있을까? 나경원·주호영 후보 등은 경선 때 “이준석이 되면 당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나이 많은 중진들이 이준석 대표 말을 듣겠냐는 소리가 나온다.

= 쉽진 않을 것이다. 당대표 선거 결과를 보면, 2위인 나경원 후보가 국민 여론조사에선 더블 스코어 차로 참패했지만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선 이준석 후보보다 5천여표 정도 더 얻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당원들은 여전히 이준석 대표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년 3월 대선 때까지는 당이 크게 흔들리진 않을 거로 본다. 왜냐하면 내년 대선엔 이겨야 하니까, 이기라고 이준석을 대표로 뽑은 게 당원과 지지자들의 선택이니까, 중진들이 이런 흐름을 거스르긴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정치 경험이 없긴 마찬가지다. 오로지 수사만 한 ‘칼잡이’ 윤석열이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로 대선 후보로 밀어올리고 있는 게 지금 보수 진영이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니까, 이준석한테 경험이 부족하다고 뭐라 할 수 있을까, 그럴 명분이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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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민주당은 어떨까? ‘이준석 현상’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영향을 끼칠까?

= 영향을 끼칠 테지만, 제한적일 거로 본다. 당장 50대인 박용진 후보가 당내 후보 지지율 3위로 올라선 게 ‘이준석 효과’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대교체의 열망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크니까.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36살인데, 민주당에서 50대가 부상하는 게 세대교체로 보일 수 있을까. 이준석 영향이 민주당에 제한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실적으론 이재명 경기지사 독주 체제인 지금 민주당 경선 구도가 이준석 당선으로 인해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나마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후보군 중에선 젊은 축에 속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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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뒤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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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윤석열은 어떨까? 윤석열 전 총장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할까, 아니면 좀더 ‘간’을 볼까?

= 윤석열 입장에선 국민의힘에 빨리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준석이 대표가 된 건 윤석열 입장에선 나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퇴행적이고 고인물 같은 이미지를 탈색할 수 있으니까. 또 이준석이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고 말했으니까,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로서는 다행일 것이다. 그래도 ‘이준석의 국민의힘’이 과연 큰 파열음 없이 잘 가는지, 젊은 대표가 새바람을 일으키는지 우선 좀 지켜보지 않을까 싶다.

더 큰 이유는 윤석열 자신에게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인이 아니어서 이제까지 본격적으로 검증을 받아본 적이 없다. 국정 운영의 비전과 정책은 그렇다 쳐도, 당장 장모와 부인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순간, 이 모든 의혹이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올려질 것이다. 그러니까 윤석열로서는 최대한 늦게 링에 오르는 게 검증의 칼날을 그나마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양파 껍질이 하나하나 벗겨지기 전에 곧바로 경선전을 통과해 본선으로 들어가는 게 정치적으로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입당 시기를 빨리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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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겸 이회영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하며 퇴임 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이 개장식 자리에 앉아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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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경원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이준석 돌풍을 ‘트럼피즘’이라고 비판했다. 정말 이준석과 트럼프는 닮았나?

= 이준석과 트럼프는 콘텐츠에서는 차이가 많이 있을 수 있으나, 그 등장 배경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공화당 지지층의 ‘반민주당 정서’가 트럼프를 부상시킨 배경이다. 의원 등 선출직은 물론이고, 공직을 맡아본 경험이 없는 트럼프는 출마를 선언하고서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단번에 기존 공화당 정치인들을 가볍게 누르고 독주했다. 국민의힘의 기존 정치인들에 비해 새로운 이준석이 당대표에 출마하고서, 독주한 현상과 비슷하다.

트럼프나 이준석이나 ‘익숙한 새로움’이 원동력이다. 첫째, 새로움이다. 공화당 지지층들은 기존 공화당 정치인들로는 당시 민주당 후보가 확실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누를 수 없다고 봤고, 실제로 그랬다. 기존의 것이 안 되면,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둘째, 익숙함이다. 대중들은 낯설은 것은 별로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익숙한 인물이었다. 텔레비전 리얼리티쇼에서 인기를 누린 연예인 기질이 있고, 대중들이 선망하는 백만장자이다. 이준석 역시 텔레비전 예능 프로 출연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해졌고, 하버드대를 나오고 벤처기업을 경영했다. 대중들이 선망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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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트럼프와 이준석이 내세우는 주장엔 어떤 유사점이 있나?

= 기성 체제에 대한 불만이다. 미국 공화당 지지층의 ‘반민주당 정서’는 백인 저학력 중하류층의 불만에 편승했다. 트럼프의 주요 기반이 백인 저학력 중하류층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반민주당 정서’는 젊은층의 불만에 올라탄 것이다. 미국의 백인 저학력 중하류층이나 한국의 젊은층은 자신들이 기존 질서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소득·자산 양극화가 커지는 현재 사회·경제 상황에서 자신들이 불공정하게 피해를 가장 많이 본다고 생각한다. 미국 백인 중하류층은 유색 인종이나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잃고,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민주당의 고학력 엘리트들이 자기 이익을 챙기면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명분을 내거는 ‘정치적 위선’을 떤다고 주장한다.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만을 우선시하는 ‘폴리티컬 코렉트니스’(정치적 올바름)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도 민주당의 주축이라는 이른바 ‘86세대’ 등 기성 세대가 고상한 이념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고 분노한다. 이른바 ‘내로남불’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차별받는다고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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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인종주의에 바탕한 ‘백인 민족주의’를 직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메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내세웠다. 이준석은 남성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젠더 논쟁’을 일으켰다. 두 사람 모두 ‘공정’을 말한다. 문제는 그 공정이라는 게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정이라기보다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딛고 일어서는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라는 것이다.

8. 트럼프와 이준석은 다른 점도 있지 않은가?

= 물론 그렇다. 트럼프가 선거조작 등 불합리한 선동적 주장을 하는 반면, 이준석은 국민의힘이 과거에 보였던 그런 비합리적 선동적 주장을 배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것은 두 사람의 지지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지지층에는 기존의 자유주의적 기성 세력에 대한 불만이 공통점으로 있다.

또한 트럼프보다는 이준석이 훨씬 똑똑하고 세련됐다. 트럼프는 투박하고 비논리적이면서도 백인 중하류층 노동자들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대변하는 것으로 표를 얻었다. 그에 비하면 이준석은 텔레비전 토론에서 꼬투리 잡힐 만한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다. 포퓰리즘적 정책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인상을 주는 게 이준석이 트럼프와 다른 점이다.

9. 왜 전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걸까?

= 세계화의 영향으로 본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경제적 중하류층들은 점점 더 자신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집단이 선진국의 중하류층이라고 일반적으로 간주된다. 세계화는 전세계적으로 부의 크기를 늘렸지만, 그 몫이 상대적으로 가장 적게 돌아간 집단이 이들이다. 세계화는 개도국 중하류층의 절대 빈곤을 완화시켜준 측면이 있어서, 선진국의 중하류층이 상대적으로 낙후감을 느끼는 것이다.

트럼피즘에서 보듯 선진국 중하류층을 중심으로 ‘우파 포퓰리즘’이 거세지는 형태이다. 그 결과로 기존의 자유주의 정당이나 중도좌파 정당들이 몰락하거나 위축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대표적이다.

10. 포퓰리즘의 부상은 민주주의 위기를 부르나.

= 포퓰리즘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대중들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상황을 드러내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또 기존의 사회체제나 정치세력들이 그만큼 대중과 유리되고, 엘리트 위주로 돌아간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우리가 반성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2014년 무렵 스페인에서 좌파 사회노동당과 우파 국민당의 양당체제에 대한 실망감이 번지자, 포퓰리즘 성향의 포데모스가 급부상해 양당 구도를 깨뜨린 걸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포데모스는 기본소득 도입 등 사회노동당보다 더 급진적인 정책을 내세웠는데, 이건 국민의 요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진보든 보수든 기존 엘리트 중심 체제를 깨뜨리고 국민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중요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박찬수 선임논설위원 pcs@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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