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줄기차게 매수해왔던 동학개미가 이달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부터 부동의 개인 순매수 1위를 기록해오던 삼성전자가 6월 들어서는 순매도 1위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주가 부진에도 삼성전자를 꾸준히 매수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줄곧 팔기만하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주식을 꾸준히 담고 있다.
삼성전자 팔기 시작한 개인…외국인은 매수 전환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 582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개인들이 가장 많이 판 종목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개인 순매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처음으로 개인 순매수 상위 목록에서 빠지고 순매도 상위 목록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 초부터 8만원대 박스권에 갇히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주가 반등이 어렵다고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 연초에는 9만6800원까지 오르는 등 신고가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도 조만간 삼성전자의 주가가 10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주가 등락 여부에 상관없이 '묻지마 매수'에 나서곤 했다.
동학개미들의 기대와 달리 주가는 5개월 가까이 8만원대에 갇혀있다. 지난달에는 8만원선마저 내주는 등 기대에 못미치는 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해 눈높이를 낮출 것을 권하는 보고서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외국인은 이달부터 태세 전환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단 4거래일만을 제외하고 내내 팔아치우던 외국인은 6월 들어 삼성전자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4822억원어치 사들였다. 순매수 규모 1위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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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외국인 매수세 당분간 이어질 듯"
삼성전자를 향한 시장 투자자들의 마음이 엇갈리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향한 외국인의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의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반도체 공급망 병목현상이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어 투자매력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1분기에 이어 4~5월 중순까지 부진했다"면서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생각하며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반도체 공급불안이 완화된다면 글로벌 경쟁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과의 파트너쉽을 공고히 한 한국 기업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달 외국인이 역대급 매도를 기록한 이후 이에 대한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난달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면서 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고 국내 백신 접종률이 올라오면서 다시 한국 등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국내 대형주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달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8조5165억원을 순매도했는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삼성전자(4조1086억원)였다"면서 "그간 팔아왔던 이유들이 소멸돼 다시 사야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례적으로 많이 팔았던 삼성전자에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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