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윤석열

지금 진행 중인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여러 측면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젊음의 약진’이다. 만 36세의 젊은 정치인 이준석 후보의 약진은 한국정치판에서 엄청난 파격과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11일이면 결과가 나오겠지만 결과 여부에 상관없이 지금까지의 과정만 보더라도 흥행 면에서는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영입을 두고 후보 간 설전을 벌인다는 점이다. 지난 6일께까지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기에 전당대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본인한테 ‘입당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어떤 결정도 한 적이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말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전당대회 토론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입당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기에 특이한 상황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종류의 논쟁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의 논쟁은 있어야 전당대회에 대한 이목이 더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대표 경선 후보 모두가 윤 전 총장의 입당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미묘한 차이는 존재하는 듯 보인다. 이는 현재 후보들이 처한 입장 차이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윤 전 총장 입당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후보들은 여론조사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즉 현재 가장 유력한 야권 대권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의 영입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펼침으로, 여론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줘 전당대회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윤 전 총장 관련 사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후보들은 당심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윤 전 총장의 영입도 중요하지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 역시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해 당심을 자신들에게 더 호의적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윤 전 총장에 대한 미묘한 온도차를 두고, 이것이 대선 경선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라고 본다. 정치란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대표로 선출되든, 신임 당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대선에서 승리하려고 할 것이다. 만일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자칫 9개월짜리 대표로 기억될 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가 당대표가 되던 대선 승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을 것이고, 이런 필요성과 절박함은 당대표 개인적 차원의 호불호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 측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전당대회 결과를 보고 입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만 필자 개인적 판단으로는 전당대회 결과가 윤 전 총장의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 관계 때문에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안 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를 생각하고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윤 전 총장 개인의 신임 당대표에 대한 호불호에 의해 입당 여부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윤 전 총장은 자신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성이란 당연히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거나 앞으로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는 것이다. 만일 현재보다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윤 전 총장에 대한 야권의 필요성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윤 전 총장이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윤 전 총장이 입당 열쇠를 가지고 있는 셈이 되고, 반대로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그때는 입당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국민의힘에 간다는 말이다. 아직은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 모른다. 그래서 정치란 흥미로운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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