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최대규모 강제징용 손배소, 1심서 원고패소…"인용하면 국제법 위반"(재종합)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法, 日기업 16곳 상대 손배소 각하

"韓·日, 식민지배 불법성 여부 합의 안돼"

"이와 배치되는 행위, 국제법 위반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일제 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16곳을 상대로 낸 최대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해자들 손을 들어준 것과 정면 배치되는 판결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 판결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데일리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어르신들이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스미세키 마테리아루즈 주식회사 외 15명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1회 변론기일 공판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는 7일 송모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스미세키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기일을 열어 “원고 청구를 모두 각하한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들에 의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입었었다며 2015년 5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일본 기업들은 재판부가 지난 3월 선고기일을 정하자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사실상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해 갖는 개인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어 “청구권 협정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문언의 의미는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제27조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따라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식민지배의 적법 또는 불법에 관해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청구권 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그동안 체결된 청구권협정 등 각종 조약과 합의 등은 적어도 국제법상의 ‘묵인’에 해당해 그에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는 모순 행위를 금지하는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여운택씨 등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일제 당시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철주금은 여씨 등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에 일제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은 이 판결이 처음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관 13명 중 11명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나머지 2명이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에 대해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소수의견을 근거로 중앙지법이 대법 판결을 뒤집은 셈이지만 항소심에서도 판결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본다. 새솔 법률사무소의 전범진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진행하지 않은 국가기록원 조사기록 등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