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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기업, 징용 책임 있지만 소송 불가”…법원 판단 근거는 청구권 협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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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피해자·유족 85인, 일본제철 등 상대 손배소 제기

법원 “일본국 상대 소송으로 권리행사하는 것 제한돼”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소수의견과 동일한 결론

헤럴드경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유족 임철호(왼쪽) 씨와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공판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소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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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일본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등은 인정하면서도, 한일청구권 협정 탓에 소송으로 다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 김양호)는 7일 송모 씨 등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하판결했다. 소송을 통해 다툴 수 없게 된 만큼, 법적으로 배상금을 받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청구권협정 ‘완전하고 최종적 해결’… 소송으로 손해배상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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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고 측 변호인인 강길 변호사(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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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우선 일본 기업들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미지급임금 및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는 있다고 봤다. 하지만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이러한 손해배상 등을 소송으로 다투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봤다. 협정 문언상 개인청구권이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았어도,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은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청구권협정 조항에서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구가 있다.

재판부는 만약 이번 손해배상 청구를 법원이 인용하는 경우 국제법에 위배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국제법적으로는 청구권협정에 구속된다”며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승소해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강제집행까지 하는 것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방청에 나선 일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재판부의 결론이 나오자 허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2015년 대법원 전합 판결과 상충…2,3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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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과 강제동원공동행동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역 앞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노동 부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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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판결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결론과 상충되기 때문에, 향후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여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 사건에서 권순일, 조재연 대법관은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소송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다투는 것은 제한된다고 봤는데, 이날 판결은 대법원 소수의견 논리가 옳다고 봤다.

송씨 등은 2015년 5월 강제징용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에 의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입었다며 17개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스가와라 건설에 대한 소송은 지난달 소를 취하했다. 이 소송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소송 가액만 총 86억원이다.

2015년 처음 소송이 제기된 이후 일본 기업들이 소송에 응하지 않아 법원은 올해 3월 공시송달을 통해 선고 기일을 지정했으나, 일본 기업들이 뒤늦게 국내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재판부는 소송이 오랜 시간 지연된 점을 고려해 지난달 첫 변론기일에서 곧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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