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외식 제한 사실상 해제…외국인 관광객도 입국 러시
교민들도 관광 재개 기대감…'너무 이르다' 불안한 시선도
베네치아 찾은 관광객이 셀카를 찍는 모습. 2021.6.3. [AFP=연합뉴스]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유럽에서 가장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타격을 받은 이탈리아가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아직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천 명 선 안팎이지만 현지 보건당국은 1∼3차 유행 때처럼 대규모 감염 위험은 높지 않다고 보고 방역 규제를 푸는 수순을 밟고 있다.
4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하기 시작해 현재는 불편이 거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이동 제한은 모두 해제돼 이탈리아 내에서는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백신 증명서 또는 음성 확인증을 갖고 있다면 국경을 넘어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로마 트레비 분수 전경. 2021.6.3. [AFP=연합뉴스] |
음식점과 바는 그동안 옥외 영업만 허용돼왔는데 이달 1일부터 실내 영업도 가능해졌다.
평일에만 문을 열던 대형 쇼핑몰은 지난달 22일부로 주말·휴일 영업을 재개했고 그 이틀 뒤에는 헬스클럽도 셔터를 올렸다.
그나마 체감할 수 있는 제한 조처라면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의 야간 통행금지다. 하지만 이 규제도 7일부터 시작 시각이 자정으로 늦춰지는 데 이어 이달 21일에는 완전히 폐지될 예정이다.
음식점 실내 영업이 재개된 1일(현지시간) 밀라노 한 음식점에서 피자를 즐기는 시민들. [EPA=연합뉴스] |
이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의 귀환도 가시화하고 있다. 로마 콜로세움,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 등 주요 관광지는 서서히 인파로 붐비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아직은 EU 회원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대다수지만, 미국인 등 비EU 국가 관광객도 간혹 눈에 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여름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비EU 국가에 폭넓게 문호를 개방할 태세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치아 석호에 다시 대형 크루즈선이 위용을 드러낸 것은 상징적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1년 넘게 중단된 베네치아의 크루즈선 운항이 곧 재개된다는 신호다.
3일(현지시간) 베네치아 석호에 다시 입항한 대형 크루즈선.[로이터=연합뉴스] |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코로나19 유행 와중에 생업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간 한국 교민들도 하나둘씩 돌아오는 분위기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교민들은 조만간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관광가이드로 일해온 한 교민은 "상황이 좋아지고 있어 다행"이라며 "이제 곧 한국인 관광객도 볼 수 있지 않겠냐"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지 언론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당국의 규제 완화를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작년 3∼5월 전 국민을 사실상 '가택연금'시키는 고강도 봉쇄를 단행하고서 확산세가 어느 정도 꺾이자 단숨에 규제를 풀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무분별한 자유를 즐긴 결과는 참혹했다. 가을철 2차 유행으로 수만 명이 사망한 것이다.
1일(현지시간) 로마의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센터에서 백신을 맞는 학생. [AP=연합뉴스] |
현 상황을 우려하는 이들은 당국의 규제 완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한다. 바이러스 재확산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애초 잡아놓은 규제 완화 시간표를 이행하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다만, 작년과 달리 백신이라는 '무기'가 장착돼 재앙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이날 현재 약 6천만 명의 이탈리아 국민 가운데 한차례라도 백신을 접종한 인원은 2천431만3천여 명으로 전체 40.4%를 차지한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원은 전체 20.7%인 1천245만6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인 백신 접종률은 EU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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