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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반복되는 아동학대] ② 예산 확대·부처 일원화와 인프라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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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정신없죠. 챙겨야 할 아이들이 늘고 있지만, 한 명이라도 허투루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경기도의 한 아동복지기관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박 모(38) 씨는 최근 들어 모자라는 일손을 체감한다고 한다. 기관으로 걸려오는 상담 전화 응대와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가정 방문, 기관을 찾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 모두 그가 맡은 업무다.

박 씨는 3일 "아동학대가 느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부터 현장에서 느끼는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며 "관련 기관은 증설되지 않고, 인력 충원도 더디다 보니 기존 종사자만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

아동학대 엄벌 촉구하는 시민
(김천=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여아의 생모로 알려진 석 모 씨의 첫 재판이 열린 22일. 김천지원 앞에서 한 시민이 아동학대 범죄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1.4.22 mtkht@yna.co.kr



아동학대 사태가 잇따르면서 드러난 문제점은 이를 관리하고 해결에 나서야 할 인프라가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동보호 기관 확충과 관련 인력 충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 확보·개편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복지부의 아동학대 예산은 42억 원으로 아동·청소년 관련 예산 2조5천943억 원의 0.16%에 불과했다. 같은 해 복지부의 총예산인 88조9천761억 원의 0.005%에 그친다.

관련 예산이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다 보니 예산 집행 시 효율성이나 정책 안정성 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법무부 범죄 피해자 보호기금(287억3천600만 원),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86억5천500만 원), 복지부 일반회계(42억 원) 등 총 416억여 원으로 구성됐다.

최 의원은 3일 연합뉴스에 "아동학대의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다룰 수 있는 예산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전체 예산이 낮다는 게 더 큰 과제"라며 "이런 한계 탓에 아동보호기관 증설과 인력 충원 등 실질적인 제반 여건을 구축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 학대 관련 예산 규모를 지금보다 늘리고 복지부의 일반 회계로 일원화 해야 아동 보호 정책에 힘이 실릴 것"이라며 "정부가 아동학대를 근절할 의지가 있다면 예산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도 제4회 재정운용전략위원회에서 아동학대 방지사업 예산이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일원화하는 것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집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아동 학대 특성상 가장 중요한 대응책은 '아동과 가정 간의 분리'"라며 "예산이 증원된다면 먼저 피해 아동이 몸을 의지할 수 있는 보호기관 마련에 투입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분리 조처가 내려진 학대 피해 아동은 3천669명이었으나, 이 가운데 28.4%인 1천44명만이 쉼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

공 대표는 "쉼터 자체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시설도 열악해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 스스로 학대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아이 연령대나 특성을 세분화해서 이에 걸맞은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데 예산 부족으로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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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15년 56곳에서 2019년 67곳으로 4년간 11곳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기관 1곳에서 많게는 20만 명에 이르는 아동을 담당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령 아동보호전문기관이 3곳인 경남의 경우, 지역 아동 54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신고·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기관 1곳이 18만1천여 명을 맡는 셈이다.

이처럼 기관 1곳당 담당 아동이 10만 명이 넘는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절반이 넘는 9곳이다.

국제 구호 개발 NGO(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아동학대 담당 인력 1인당 40∼50건을 떠맡는 등 현장에서는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며 "경기도 한 지역은 담당자 1명이 한 달 동안 100건 넘게 감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동권리보장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아동 전문 상담원 1명이 평균 15건을 다루지만 한국의 경우, 1명당 76건을 떠맡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24시간 내내 대응해야 하는 부담감과 학대 행위자로부터 받는 협박 등 스트레스 강도도 심하다"며 "중증 피해 아동의 경우, 세밀한 심리 상담도 필요한 만큼 현장 인력 확충과 함께 업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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