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지 못한 지입료·보험금 등
회사가 중간에서 공제 우려”
소득안정 지원 취지 안 맞아
시 “오는 15일 개인계좌 이체”
기사들, 오늘 시청 집회 취소
지난 2월9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전세버스연대지부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개최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촉구 여의도 상경 총력 투쟁 선포 기자회견’ 현장. 김기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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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전세버스 운수종사자 소득안정자금 등 정부 4차 재난지원금을 버스 회사를 거쳐 전세버스 기사들에게 지급하려고 하자 기사들이 집단 반발했다. 전세버스 기사들은 소득 보전이 목적인 재난지원금을 회사가 중간에서 지입료 등 각종 명목으로 공제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서울시는 기사들의 민원을 제기하자 뒤늦게 개인마다 직접 지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2일 서울시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전세버스연대지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세버스 기사들은 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버스 50여대를 동원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서울시가 4차 재난지원금을 버스 회사에 일괄 지급한 뒤 기사들이 수령하도록 한 것에 대한 항의 시도였다. 앞서 정부는 245억원을 투입해 전세버스 운수종사자 약 3만5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70만원씩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운수종사자 피해지원금 50만원을 별도로 지급한다.
전세버스 기사들은 재난지원금이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두고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허이재 전세버스연대지부 지부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전세버스 지입기사는 다달이 차 할부금, 지입료, 공과금, 보험료 등을 회사에 내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거리가 없어 회사에 진 채무가 늘어 2500여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생겼다”며 “회사가 재난지원금을 갖고 상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재원지원금 취지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전세버스연대지부가 파악한 바로는 서울시처럼 회사를 거쳐 재난지원금을 받도록 한 다른 지자체는 없다고 한다. 서울시내 전세버스 운수종사자는 2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기사들이 지원금을 받았다는 회사 측 증명을 받고 지원금 배분이 안 됐을 경우엔 행정처분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전세버스연대지부는 현실과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일개 기사가 밥줄을 쥔 회사를 어떻게 고발하느냐”는 것이다.
전세버스 회사와 기사 모두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데다 서로에 대한 불신까치 겹쳐 문제가 꼬인 셈이다.
결국 서울시는 이날 오후 전세버스 기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원금 지급 기한을 당초 1일에서 오는 15일로 2주가량 미루는 대신, 개인 계좌에 직접 이체하기로 했다. 전세버스연대지부는 3일 열기로 한 집회를 취소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신속하게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에서 공항버스, 마을버스, 전세버스 모두 업체로 일괄 지급하려고 했다”며 “다만 전세버스 중엔 지입기사가 있다보니 다른 사정이 있는 점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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