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공급 확대 소식에도 상승…“수요가 충분히 소화”
원가 부담 커진 中, 생산 중단·지연…공급난 심화 우려
시장선 일시적 Vs 추세적 의견 엇갈려
인플레發 변동성 대비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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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제유가가 2년여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산유국들이 7월부터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음에도 상승했다. 글로벌 경제 회복에 힘입어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 재개가 가속화할수록 원유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이에 따라 유가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각종 제품 생산 비용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가격 인상을 촉발할 수 있다.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며 관련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유가, 공급 확대 소식에도 상승…“수요가 충분히 소화”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2.1% 오른 67.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8년 10월 이후 2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브렌트유 8월분도 배럴당 1.3% 상승한 70.25달러로 거래를 마감,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장중에는 71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7월까지 하루 평균 45만배럴씩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감산 완화 방침을 재확인했음에도 유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공급 과잉 우려로 유가가 하락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으로,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과 유럽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상당 부분 이뤄진 선진국들에선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여행 수요와 소비가 급증하는 등 조금씩 팬데믹 이전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향후 이들 국가 경제가 정상화할수록 유가 수요도 지속 늘어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WSJ은 “국제유가 상승은 광범위한 원자재가 상승을 촉발한 글로벌 경제회복 신호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평했다.
원가 부담 커진 中기업, 생산 중단·지연 …공급난 심화 우려
국제유가가 공급 확대 소식에도 오름세를 보이자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유가 외에도 목재 가격은 미 주택 가격이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1년새 4배 가량 급등했고, 자동차부터 가전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쓰이는 구리는 5월초 15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은 각종 제품 생산부터 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비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중국 제조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 때문에 신규 주문을 거부하거나 한시적으로 운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WSJ이 이날 보도했다.
대다수 업체가 비용 일부를 바이어 및 수입업체 등에 전가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제조 단가가 상승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기업 부담이 크다는 진단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0으로 전달 51.1보다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소기업의 제조업 PMI는 50.8에서 48.8로 급락했다. PMI가 50을 밑돌면 기업들이 경기에 대해 위축 국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중산에서 유리공장을 운영하는 싱 자량은 “올해 들어 제품 가격을 5% 인상했지만, 10%나 증가한 생산 비용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며 “제조 단가가 지속 상승하면 한 달 정도 후에는 생산을 아예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요가 지속 늘어나는 상황에 공급난이 심화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탠더드차타드의 슈앙 딩 이코노미스트는 “원가 비용 압력이 지속되면 더 많은 중국 제조기업들이 생산을 멈추거나 국내외 소비자에게 비용을 떠넘겨야 하는데, 후자가 더 보편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중국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간엔 강한 상관 관계가 있다. 공급 측면에서 중국의 수출 (감소)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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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Vs 추세적 엇갈려…인플레發 변동성 대비 움직임도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대비 4.2% 상승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존의 5월 CPI도 전년 동월대비 2.0% 상승해 2년 7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5월 CPI는 2.5%로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모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나 유럽중앙은행(ECB)이 목표로 하는 2%를 상회한다.
연준과 ECB 모두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지속 여부에 대한 시장 의견은 엇갈린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뒤늦게 급제동을 거는 상황이 발생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연준이 뒤늦게 대응한 경우 경기 침체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나 급등했음에도 폭락장이 연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민 반응이거나 이미 시장에 반영됐을 수 있다”며 “우리가 보고 있는 건 통화정책 실수가 아니라 성장에 동반되는 좋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에선 인플레이션에 따른 급격한 변동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인플레이션과 변동성 방어를 위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속속 출시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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