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4차 재난지원금 버팀목자금 플러스 지급이 시작된 지난 3월 29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시민들이 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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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인력 확충 없이 1년여 동안 재난지원금 지급 업무를 떠맡아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서 격무에 시달리던 직원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과중한 업무에 허덕여온 소진공 직원들은 인력 충원이 없는 상태에서 제5차 재난지원금 지급, 소상공인 손실보상제 입법 등이 현실화될 경우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진공 등에 따르면 소진공 광주호남지역본부 소속 직원 조모씨가 지난달 9일 뇌출혈 수술을 받고 현재 입원 중이다. 당시 구토가 심해 병원을 찾은 조씨는 긴급 뇌출혈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또 다시 출혈이 일어나 의식을 잃었다. 최근 의식은 회복했으나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진 못하는 상태다. 기저질환은 없었으나 최근 연이은 초과근무와 주말근무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이미 예견된 '인재'에 가깝다는 게 소진공 직원들의 전언이다. 소진공은 전국 66개 센터를 운영중인데 대부분의 지역센터에서 센터장을 포함한 3명의 직원이 통상 1만여명이 넘는 소상공인을 상대한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재난지원금 지급과 소상공인 긴급대출 업무에 더해 기존 업무까지 계속 수행하느라 피로가 누적됐다고 호소해왔다. 매달 초과근무 시간만 100시간이 넘고 매주 주말 근무를 이어가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소진공은 재난지원금 지급과 소상공인 긴급대출 외에도 일반 업무로 소상공인에 대한 교육, 컨설팅, 재기지원, 협동조합, 특성화시장, 온누리상품권, 나들가게, 소공인 지원, 조사업무, 노란우산공제 접수, 불공정피해상담, 대리대출, 대출 사후 및 사고관리, 채권회수, 유관기관 네트워크관리, 창업지원, 전통시장 상인 상담 및 현장지도, 민원접수 및 응대, 지원정책 및 절차 안내 등도 함께 맡고 있다.
지난해 3~5월 소상공인 긴급대출 과정에서 나타났던 '줄서기' 현상은 소진공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탓이었다. 이에 중기부와 소진공은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피해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업무를 맡으며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예산 22억원을 국회에 요청했으나 전액 삭감됐다.
재난지원금 업무 역시 각 지역 센터 직원들이 본부로 차출돼 맡으면서 인력 공백을 메우려 노력했다. 이번에 쓰러진 조씨 역시 호남지역본부에서 소진공 본부로 파견을 나가 업무를 돕던 중이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소진공 인원을 78명 늘리기로 했으나 이 역시 늘어난 소진공의 업무를 감당하기엔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이라는 평이다.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격무에 시달리느니 퇴사하자는 소진공 직원들의 글이 수시로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진공 직원은 "소상공인의 상실감을 생각하며 전 직원이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왔지만 최근에는 내부에서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뇌출혈로 쓰러진 이는 한명이지만 과로로 쓰러진 직원이나 우울증 약을 먹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령자 등 온라인에 익숙치 않은 분들이 직접 센터로 방문하는 경우가 상당하고 전화 민원까지 수백통씩 응대하다보니 직원들의 고충이 상당하다"며 "국회와 정부는 공단만 바라보지 말고 지방자치단체나 은행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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