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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예술되다…충북청원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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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예술되다…충북청원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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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현 '윝밭'

한석현 '윝밭'


【청원=뉴시스】유상우 기자 = 연구소가 갤러리처럼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됐다.

식품회사 샘표가 충북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에 문을 연 발효전문연구소 ‘우리발효연구중심’이다. 연구소 곳곳에 예술작품을 들여 딱딱한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특히, 예술작품으로 연출한 6개 회의실이 눈길을 끈다. 각 방은 동양화, 서양화, 설치미술,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등 개성 넘치고 재미있는 주제로 꾸며졌다.

채광이 가장 좋은 첫 번째 방에 들어서면 푸른 채소밭이 펼쳐진다. 한석현이 ‘윝밭(Wit Field)’이란 제목으로 연출한 공간이다. 테이블의 거울을 이용해 천장에 심어놓은 배추와 청경채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한씨는 “신선들이 사는 윗동네처럼 편안하고 초월적인 위치에서 맑은 생각이 연구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다른 회의실의 문을 열면 조용한 숲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산책’이란 제목으로 신하정이 만든 이곳은 천연재료로 염색한 노방, 즉 얇은 비단 천 위에 수풀을 그려 편안함을 더했다.

축구장을 연상케 하는 곳도 있다. 이달우의 ‘플레이 그라운드’ 방이다. 축구장의 광고판를 떠올리는 명함판, 지우개나 연필을 골인시키듯 넣고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테이블 등 유쾌한 분위기의 룸이다. 이씨는 “마치 팀과 팀이 만나 경기를 벌이듯 명함을 주고받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경기를 펼치는 상상을 하며 만든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김문주가 실내수영장 콘셉트로 만든 ‘풀(Pool)’은 회의실이다.


55m에 이르는 긴 복도도 작품으로 만들었다. 분자생물학실험실과 배양실, 원료실, 종균실, 미생물클린룸, 멸균실 등 전문 실험실과 스마트사무실을 잇는 복도 벽에 다양한 이미지를 넣어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없앴다.

크레용 47개를 조합해 새로운 형태의 색상을 지닌 패턴과 뭉게구름처럼 복도의 끝을 향해 점점 부풀어 오른 형상, 샘표의 로마자 알파벳과 육각형 모양의 로고를 활용한 조형물 겸 의자 등으로 공간을 연출했다. 이은우·홍은주, 이에스더, 김혜나, 김보민 등이 참여했다.

연구소 입구와 로비에서는 샘표의 역사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샘표는 1969년 창동 공장 설립 때부터 함께한 빨간 벽돌로 만든 큰 굴뚝을 1987년 이천 공장을 세우고 창동공장을 없애면서 삼등분해 25년간 보관했다.


장윤규는 샘표의 과거 굴뚝과 현재의 풍경을 결합한 ‘기억을 기록하는 화분’을 만들어 입구에 설치했다.

김기철은 샘표의 장을 담그는 과정과 발효할 때 사용된 곰팡이를 키우는 사각형의 제국틀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했다. 사각틀 가운데 설치한 스피커를 통해 바람과 비, 풍경 소리가 나온다.

샘표 측은 “연구원이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으로서 행복과 일하는 즐거움을 찾는 건강한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며 우리발효연구중심이 본사와 여러 지역 공장 직원 간 소통 장이 되길 희망했다.

sw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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