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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를 하루 앞둔 날 늦은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국회에 김 후보자의 사건 수임 내역을 제출했습니다. 김 후보자가 한 법무법인에서 8개월간 월 1천900만 원에서 2천900만 원을 받고 자문을 했다는 '고액 자문료' 논란이 불거진 지는 이미 2주가 지났지만, 후보자 측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구체적인 수임 사건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해왔던 상황. 김 후보자가 8개월간 수임한 사건은 베일에 싸인 채 많은 이들의 궁금증만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국회에 제출한 '사건 수임 경유내역(2020년 9월 8일~2021년 5월 6일)'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이 기간 동안 19건의 형사사건을 포함해 총 22건의 사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피의자 이름 가운데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피해액만 합쳐서 2조 1천억 원대에 달하는 라임과 옵티머스펀드 사태의 피의자인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대표 정영채 씨 등의 이름이 올라있었던 겁니다. ▶ [단독] "김오수, 라임 · 옵티머스 관련 사건 변호"…수임 내역 입수 이에 대한 김 후보자 측 입장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라임이나 옵티머스펀드를 운영한 사기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일체 변론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
그리고 이 답변은 지난 26일 청문회에서도 수차례 반복됐습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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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혜 위원
보니까 변호사 시절에 라임 사건을 2건 그리고 옵티머스 사건 2건 수임하셨던데 이것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이것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소신 밝히기가 어려우십니까?
◯검찰총장 후보자 김오수
존경하는 위원님 말씀 잘 듣고 있습니다만 라임이나 옵티머스 운영하는 판매 사기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일체…… 운영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사기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일체 변론을 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습니다.
김 후보자는 "라임 관계자들은 전혀 알지 못하며, 옵티머스를 변호한 바 없다"면서도 아래와 같은 이유들을 들며 본인이 누구를 변호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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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상 위원
후보자님, 언론 기사에 라임․옵티머스 관련 사건 변호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혹시 라임이라는 곳을 변호하셨습니까?◯검찰총장 후보자 김오수
라임 관계자들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최기상 위원
옵티머스를 변호하셨습니까?
◯검찰총장 후보자 김오수
옵티머스 운영하는 사기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변론한 적도 없고 관여한 적도 없습니다.
◯최기상 위원
그러면 변호하신 대상이 정확히 어디인가요?◯검찰총장 후보자 김오수
사실 그 부분이 조금 법과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발언하고 싶은 마음하고 조금 다른데요. 법상 어떤 식으로든 제가 저희 법인에서 의뢰받아 업무를 수행한 곳을 말씀드리게 되면 그게 변호사법상 26조의 비밀 유지 의무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보이고요.
두 번째는 저희 법인을 믿고 사건을 의뢰해준 의뢰인들의 개인적인 명예, 사생활과 관련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제가 속했던 법인으로서는 중요한 거래처니까 영업비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부분에 대한 영업비밀 문제가 있고요.
그리고 네 번째는 정말로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제가 다른 개인이라면 얼마든지 말씀하겠습니다만 지금 검찰 조직을 움직여야 되는, 지휘해야 되는 검찰총장 후보자가 되는 것인데 어떤 식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수사와 사건 처리를 담당하는 분들 또 그 옆에 있는 다른 분들에 의해서 사건 처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답변인즉슨 '라임'과 '옵티머스'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사기행각을 벌인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변론은 하지 않았으니,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력 또한 행사한 바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김 후보자가 수임한 4건 이상의 라임, 옵티머스 사건 가운데 김 후보자가 변론한 피의자들이 누군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옵티머스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입니다. 정 대표는 제대로 된 실사 과정 없이 NH투자증권에서 옵티머스 펀드를 설정하고, 다수 고객들에게 펀드를 판매하게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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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에 출석해 옵티머스 경영진 일부와의 친분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옵티머스 펀드 측에 속아서 펀드 판매부서로 연결해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5월 NH투자증권에서 옵티머스펀드 판매가 신규로 설정됐던 상황에 대해, 옵티머스 이사 윤 모 씨는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가 자신에게 '정영채 대표와 얘기를 다 해놨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또, 옵티머스 펀드의 전방위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정 모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가 정영채 대표와 직접 접촉하고 한 달쯤 뒤 NH투자증권 상품기획과에서 연락이 왔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정 대표는 역시 국회 출석 당시 이와 관련해 "정 모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를 만난 것은 맞다"면서도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 만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습니다.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검찰은 지난 28일 NH투자증권과 함께 상품기획부서 직원 3명 역시 자본시장법위반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김 후보자는 라임펀드와 관련해서도 2건의 사건을 수임했습니다. 피의자는 모두 우리은행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사기 사건과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이렇게 두 건입니다. 김 후보자는 '사기 피의자들은 변호한 사실이 없는 게 맞냐'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선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의 운용 사기' 피의자들로 답변을 한정하며 "전혀 변호하지 않았고 관여한 적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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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철 위원
(라임, 옵티머스) 사건 수임 관련해 가지고 문제 된 회사들의 사건 수임을 우리 후보자께서는 '사기 변호인들은 변호한 사실이 없다' 이렇게 말씀할 수 있는 거지요?◯검찰총장 후보자 김오수
그렇습니다. 라임펀드 운용하는 사기 피의자 그다음에 옵티머스펀드 운용 사기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변호하지 않았고요. 전혀 관여한 적도 없습니다.
우리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 전 이미 라임펀드의 부실 정황을 알고 있었고, 이런 상태에서 라임펀드를 고객들에게 계속 판매한 혐의를 받습니다. 실제 올해 초 현장 실사를 나갔던 우리은행 직원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라임에서 얘기한 것과 완전히 다른 상품을 우리가 팔고 있었다는 걸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2월 말부터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2019년 초 이미 라임펀드에서 30% 이상의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우리은행 내부 보고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수사 진행 과정에서 라임이 우리은행 측에 로비를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갑근 전 고검장은 2019년 7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으로부터 '우리은행장을 만나 라임 펀드를 다시 판매하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법무법인 계좌로 2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처럼, 라임펀드 관련 우리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은 검찰 수사 결과가 향후 피해자들에 배상 정도와 금감원의 제재 수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에서 2년간 법무부 차관으로서 3명의 장관을 보좌하며 '친정권 인사'로 알려진 김오수 후보자를 우리은행이 아무런 이유 없이 수임했을까요?
여기에 더해, 라임 관련 사건 수임이 옵티머스 건 수임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라임펀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 시점 때문입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라임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는데, 당시 김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이었습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가지며 검찰의 주요 수사 상황에 대해 보고받는 법무부 장관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자리입니다. 김 후보자는 라임펀드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지는 등 라임 관련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던 때인 지난해 4월 27일에야 법무부 차관직에서 퇴임합니다. 이에 김 후보자가 사건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도 청문회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전주혜 위원
그러면 그다음 보면서 여쭤보겠습니다. 이 라임 사건 같은 경우에는 지금 보면 후보자가 2018년 6월에 법무부 차관 취임을 했고요. 그리고 작년 2월에 남부지검에서 이 라임 사건 수사 착수를 했습니다. 작년 3~4월에 관련 압수수색이 있었고요.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 이것 보고받으셨습니까?
◯검찰총장 후보자 김오수
법무부 내부의 보고 체계가요….
◯전주혜 위원
그러니까 받으셨어요, 안 받으셨어요?
◯검찰총장 후보자 김오수
보고받지 않았습니다.
◯전주혜 위원
보고받지 않았어요? 작년 12월에 옵티머스, 라임 사건과 관련해서 선임계를 제출을 하셨는데요. 이 선임계 제출하신 이후에 검찰청에 찾아가서 구두 변론한다거나 아니면 전화 변론하셨습니까?
◯검찰총장 후보자 김오수
변호사법에 보면 비밀 유지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변론 활동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당사자, 의뢰인들의 사생활과 명예가 있고요. 또 제가 속했던 법인의 영업비밀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제가 후보자이기 때문에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는 말씀을 현재로 드립니다.
당시 법무부 핵심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김 후보자에게 보고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검찰 출신 야당 의원은 "보통 간부회의를 하면 법무부 장관과 차관은 고정 참석 인원"이라며, "당시 정관계 의혹이 이미 제기돼 '주요 사건'으로 분류됐던 라임 사건은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됐을 것이고, 당시 차관이었던 김 후보자 또한 회의 석상 등에서 이를 보고 받았을 수 있다"며 김 후보자에게 사건 관련 내용이 일부 보고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법사위, 국민의힘 위원 불참한 채 김오수 청문보고서 채택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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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의문점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김 후보자의 청문회는 여야의 감정 싸움으로 파행됐고, "라임, 옵티머스 운용 사기 피의자는 변호한 적 없다"는 김 후보자의 답변만 메아리처럼 남았습니다. 김 후보자가 구체적으로 해당 사건의 어떤 부분에 대해 자문했는지, 법무법인이 피의자들에게 얼마의 수임료를 받았고, 또 이 가운데 얼마만큼의 금액이 김 후보자에게 전달됐는지 등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오늘(31일) 오전 김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 채택했습니다. 임명이 이뤄지면, 김 후보자는 현 정부 출범 후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 강행된 33번째 장관급 인사가 됩니다.
이현영 기자(lee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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