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확장재정기조 유지 천명
내년 600조 육박, 임기말까지 슈퍼예산
다음 정부부터는 예산지출 ‘룸’ 사라진다
2025년 재정준칙 적용? 첫해 깨질 수도
국회 입법 없는 재정준칙, 사문화 우려
정부가 재정 출구전략을 포기하면서 다음 정부부터는 뼈를 깎는 수준으로 예산감축을 해야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2025년 재정준칙 적용 첫해부터 원칙을 깨게 된다.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 국기에 경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김부경 국무총리(오른쪽)와 그 뒤에 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년까지 확장적 재정기조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검토가 발표됐고, 내년 본예산은 600조원에 육박하거나 넘어갈 전망이다. 정부가 재정 출구전략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다음 정부부터는 뼈를 깎는 수준으로 예산을 감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2025년 재정준칙 적용 첫해부터 원칙이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2020∼2024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5.7%로 예상됐지만, 실제 증가율이 7% 아래로 결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증가속도 조절을 말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나서 확장적 재정기조를 강조한 상황인데다가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예산규모를 감축할 생각이 없다.
올해 본예산은 558조원으로 7%만 증가해도 597조원으로 600조원에 육박한다. 8%가 늘어나면 603조원 가량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최근 3년 동안 본예산은 매년 10%에 가깝게 늘어났다. 2019년 9.5%, 지난해 9.1%, 올해 8.9%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에도 확장재정기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음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특히 재정준칙 도입이 예상된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60%를 맞추기 위해서는 예산 증가속도를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낮게 잡아야 한다.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은 국채 비율을 GDP 대비 60% 이내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지표)를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4년에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9.7%를 기록한다. 2025년이 되면 60%가 넘을 수밖에 없는 추세다. 게다가 해당 전망은 내년 본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5.7% 본 전망이다. 올해에도 7%에 달하는 예산규모 증가가 이뤄지면 2024년, 재정준칙이 도입되기 전에 이미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을 수 있다.
예산이 정부 임기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늘면서 다음 정부는 거시적 경제정책을 펼칠 여력 자체가 줄어들 전망이다. 증세가 없다면 국세수입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정부부터는 총지출을 사용할 수 있는 ‘룸(공간)’ 자체가 줄어든다. 일본식 재정절벽 우려가 있는 것이다.
재정준칙이 사문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늘어난 예산규모와 국가채무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도 재정준칙 준수를 아예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으나, 5개월 이상 논의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입법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재정준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엔 구속력이 없다. 국회에서는 현재 재정준칙 관련 상임위 법안소위 논의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th5@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