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과 한국 정치의 나아갈 길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가 열렸다. 당 대표로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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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박준이 기자] ‘이준석 현상’을 두고 보수 정당의 세대교체 요구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뿐, 그 내면에는 ‘한국 정치의 지체’라는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27일 통화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구세대 정치인들이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서 정치가 ‘지체돼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30대 야당 대표가 등장할 경우, 여당 역시 이런 흐름을 거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이준석 현상에는 그의 ‘대중적 인지도’라는 측면을 넘어 그 이상의 플러스알파(+α)가 있다"고 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감 1등을 기록하는 건 순수한 민심의 반영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그러나 ‘당심’으로 뽑는다. 당심과 민심 사이 간극이 얼마나 깊은지, 다음 달 11일 선거 결과가 발표되면 여실히 확인된다.
일단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이 전 최고위원이 실제 당대표에 당선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전문가들은 단순한 세대교체론을 넘어 향후 대선 판도나 정당의 역학 구조를 뒤바꿀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대표 선거 공약으로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시험, 경쟁을 도입한 당직 인선, 주제별로 대선 후보들이 한편을 이뤄 상대편과 토론을 하는 2대 2 대선 토론 등을 제시했다. 모두 기성 정당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들이다. 유재일 시사평론가는 "지금까지 ‘지방의원들이 무식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별 수 없이 일종의 ‘카르텔’처럼 공천이 이루어져 왔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수준 이하의 후보는 공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열린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가 열렸다. 당 대표로 출마한 이준석(왼쪽 두번째부터), 조경태, 김웅, 윤영석, 주호영, 홍문표, 김은혜, 나경원 후보와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왼쪽)과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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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역학 변화’라는 중장기적 변화에 앞서, 단기적으로는 내년 대선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최고위원 당선 자체가 대선에 큰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인데, 신율 명지대 교수는 ‘꼰대 정당 이미지 탈출의 계기’라고 했고, 이종훈 평론가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면서 대선주자들이 ‘이준석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국회의원 당선 경험 자체가 없는 신진 정치인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원장은 "야권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데 가능할까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라 신선하지만, 밝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이라는 특정 당의 상황에서 표출된 하나의 여론 정도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의원 중 한 명인 장경태 의원은 27일 "보수 지지층이 박근혜 정권 탄생과 탄핵의 원죄가 있는 나경원·주호영으로는 안 된다는 의지를 이준석에게 투영하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기존 보수 정치인들이 보여준 변변치 못한 정치 활동을 청산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라는 엄중한 경고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남북 통합, 노동, 소상공인, 성평등 그리고 청년 정치에 이르기까지 같은 세대임에도 180도 다른 견해 덕분에 마냥 환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예비경선(컷오프)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본경선 진출자 5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오후 5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여론조사는 오전 중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 샘플을 거의 다 채웠다"며 "전날 당원투표가 빠르게 마감됐고 오늘 오전까지 나머지 일반 여론조사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여전히 본경선 여론조사를 진행할 때 다른 정당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문항을 추가할지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황 위원장을 비롯한 중진 선관위원들은 당심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본경선 여론조사에 반영하자는 입장인 반면, 김재섭·천하람 등 신진 위원들은 민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넣지 말자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위원들의 입장차를 고려해 이날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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