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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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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유서"→"꼰대" 억울한 정세균…언론 탓? 맥락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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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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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TBS 유브트 채널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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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약진에 '장유유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술렁였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꼰대'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이 번지자 정 전 총리는 '오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적극적인 해명에도 공방이 이어지자 정 전 총리는 '언론개혁'까지 꺼내들었다. 일파만파 번진 정 전 총리의 '장유유서' 발언 진의는 무엇이었는지 맥락을 살펴봤다.


정세균, 이준석 현상에 "장유유서" 논란과 해명

정 전총리의 장유유서 논란은 지난 2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발언에서 시작됐다. 정 전 총리는 이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서 앞서나가는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면 새로운 신세대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선 관리라고 하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륜이 없이 할 수 있겠는가. 이해를 조정하고, 또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꼭 물론 나이로만 가지고 따질 수는 없지만 그런 측면에서 아마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당력을 하나로 집중시켜야 되는데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문화가 있지 않느냐. 장유유서, 이런 문화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 전 총리가 '장유유서'를 언급한 부분이 곧바로 논란이 됐다.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다'다는 장유유서의 뜻에 비춰 소위 '꼰대'의 정서라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정 전 총리는 '꼰대' 지적에 발끈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오해가 있었다"며 "제가 말씀드린 취지는 젊은 후보가 정당 대표로 주목 받는 것은 큰 변화이고 긍정적이며, 정당 내 잔존하는 장유유서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26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제 발언의 취지는 젊은 후보가 제1야당인 보수 정당의 대표 선거에서 여론조사 1위에 오른 것은 큰 변화고 그런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라며 "대선 관리를 하는 국민의힘의 입장에서 보면, 정당이 보수 정당이고 해서 '장유유서' 같은 문화를 고려하면 고민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 마디 덧붙인 것"이라고 했다.


'언론 탓' 개혁 주장…맥락 살펴보니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 전 총리의 맥락을 꼼꼼이 살펴보면 '현상'에 대한 분석과 '결과'에 대한 전망, 두 가지 생각이 섞여 있다. 그는 이준석의 인기 현상은 '긍정적'으로 봤지만, 당대표로서 야권 통합, 정권 창출 등 결과의 성공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분명히 깔려있다.

이날 정 전 총리는 또 방송에서 "'이준석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장유유서는 어른이 먼저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의힘 안에 장유유서 문화를 이 전 최고위원이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의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굳이 나이와 순서를 강조한 '장유유서'라는 표현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더욱이 정 전 총리는 영국 밀리밴드 당 대표의 정권 창출 실패 사례까지 언급하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했다. 이는 이 전 최고위원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시사한 대목이다.

논란이 해소되지 않자 정 전 총리는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언론개혁'을 주장했다. 일부 언론이 특정 단어만을 부각해서 오해를 증폭시켰다는 비판이다. 다만 본인이 장유유서, 경륜 등을 당 대표가 갖춰야 할 주요 요건으로 언급한 만큼, 이를 두고 언론개혁을 논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당 관계자는 "언론개혁이라고 하면 여론 조작, 가짜 뉴스, 혹은 기득권 세력과의 언론 유착과 같은 폐해를 바로잡고 미디어 시장을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지 특정 표현에 대한 해석도 막자, 통일하자는 게 아니'라며 "오히려 언론개혁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일 수 있다"이라고 했다.


문제의 '장유유서' 발언…TBS 뉴스공장 인터뷰 속기록 부분 발췌

정 전 총리의 발언엔 이준석 현상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모두 담긴 만큼 어느 내용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일부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문제가 된 방송의 속기록 원문을 발췌했다.

▶ 김어준 : 민주당 얘기하기 전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곧 있지 않습니까?

▷ 정세균 : 네.

▶ 김어준 : 전당대회가 곧 있고 화제가 되는 것이 이제 신인과 중진의 대결 구도 얘기 많이 하고, 그 상징적인 분으로 이준석 전 최고가 여론조사에서 일반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다. 지금 두고 봐야 되겠습니다만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 정세균 : 그런 것 같습니다.

▶ 김어준 : 네. 그런 상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치를 오래 하셨는데.

▷ 정세균 : 네. 뭐 정치권도 사실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고,

(...)

▶ 김어준 : 젊어진 느낌이지 않습니까? 정당이.

▷ 정세균 : 네. 그런데 아마 고민도 많이 있을 거라고 봐요.

▶ 김어준 : 누구의 고민이 있을까요? 당내에?

▷ 정세균 : 그렇죠. 그 정당의, 국민의힘의 고민이 많이 있을 수 있다.

▶ 김어준 : 어떤 측면에서 그렇습니까?

▷ 정세균 : 긍정적으로 보면 세대 새로운 신세대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사실 이게 대선 관리라고 하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거든요.

▶ 김어준 : 해보셨지 않습니까?

▷ 정세균 : 그렇죠. 경륜이 없이 이게 할 수 있겠는가. 꼭 물론 나이로만 가지고 따질 수는 없지만 그런 측면에서 아마 고민이 많을 거라고 보고요. 옛날에 영국에 밀리밴드라고 하는 39세짜리 당대표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 그 당이 정권을 잡는 데 실패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 당대표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으로 저는 기억이 되어서 아마,

▶ 김어준 : 그런데 30대 총리 다른 나라도 있어요. 뉴질랜드 같은 경우에도 그렇고, 40대 되었나? 이제.

▷ 정세균 : 뭐 총리보다 사실은 총리는 사실은 이제 각 부 장관들이나 전체 공직자들이 시스템이 돌아가잖아요.

▶ 김어준 : 네. 당대표는 안 그런가요?

▷ 정세균 : 그런데 당대표는 조금 그것과는 다르죠.

▶ 김어준 : 당대표가 대선 관리하자면 뭐가 가장 어렵습니까?

▷ 정세균 : 아무래도 이해를 조정하고, 또 중심을 잡고,

▶ 김어준 : 대선 주자들 간에 엄청난 갈등이 있다 보니까.

▷ 정세균 : 그렇죠.

▶ 김어준 : 그게 조정이 굉장히 어렵죠.

▷ 정세균 : 거기다가 이제 당력을 하나로 집중시켜야 되는데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 김어준 : 그렇죠.

▷ 정세균 : 장유유서, 이런 문화도 있고 그래서 저는 뭐 그런 변화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봅니다마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민주당은 그보다 더 큰 변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될 거라고 봅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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