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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노태우 아들' 5·18사죄한다며 주변만 기웃기웃…"반성쇼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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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단체 "5·18 왜곡한 아버지 회고록 바로잡은 뒤 찾으라"

연합뉴스

광주서 5·18연극 본 '노태우 아들', 시민 항의에 고개 숙여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25일 광주 동구 광주아트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애꾸눈 광대' 관람을 마친 뒤 객석 일부에서 책임 있는 행동 등 부친의 진정성 있는 사죄가 먼저라는 항의가 터져 나오자 고개 숙이고 있다. 2021.5.25 hs@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겠다"며 여러 차례 광주를 방문하고 있지만 정작 5·18 단체와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노 원장은 25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소극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애꾸눈 광대'를 관람했다.

5·18 단체가 지난 3일 노 원장을 향해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반성 쇼를 중단하라"고 비판한 바 있지만, 노 원장은 아랑곳하지 않은 듯 다시 한번 광주를 찾았다.

"언론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와서 연극만 보고 가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공연장에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특정 언론사와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본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연극의 원작자이자 주인공인 이지현 씨가 노 원장에게 소감을 묻기 위해 무대에 올리려고 하자 시민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아버지 노태우의 사죄가 먼저다", "광주학살 원흉 5적의 자식", "다시는 광주에 오지 말라" 등 고성과 항의가 잇따르자 노 원장은 쫓겨나듯 자리를 벗어났다.

그는 "본의 아니게 소란을 일으키고 분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연거푸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연합뉴스

'노태우 아들', 광주서 5·18연극 관람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25일 광주 동구 광주아트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애꾸눈 광대' 관람을 마친 뒤 자리에 앉아 있다. 2021.5.25 hs@yna.co.kr



광주 시민들이 처음부터 노 원장을 냉대했던 건 아니었다.

노 원장이 2019년 8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 중 처음으로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에 사죄했을 때만 해도 "의미 있는 일"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노 원장은 여러 차례 5·18 묘지를 찾아 거듭 사죄의 뜻을 밝히며 아버지의 이름이 쓰인 조화를 5·18 묘지에 헌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죄 의사를 밝힌 그는 정작 5·18 당사자들이 모여있는 5월 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는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소수의 관계자를 만난 것 외엔 김대중컨벤션센터나 이름 없는 시민군(일명 김군) 동상을 찾아가는 등 5·18 주변부에서만 맴돌았다는 평가다.

특히 5월 단체는 노 원장이 5·18을 왜곡한 아버지의 회고록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정하거나 삭제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분노했다.

급기야 5·18 단체는 그의 묘지 참배와 사죄를 '반성 쇼'로 규정했다.

5·18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그의 대리 사죄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아버지의 국립묘지 안장을 희망하는 목적 외에는 그 무엇도 담겨있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매번 개인적인 일정이라며 광주 방문을 공식화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언론을 통해 방문 사실을 흘리는 듯한 모습도 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요인이 됐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노 원장은 광주 시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5·18을 왜곡한 아버지의 회고록을 수정·삭제해 아버지의 진정한 (사죄의) 뜻을 보여줘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엔 그의 사과에 대해 손을 내밀 준비가 돼 있었는데 이런 우리의 마음 자체를 부끄럽게 만들어버렸다"며 "우리를 조롱하려는 게 아니라면 회고록을 바로 잡은 뒤 광주를 찾으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5·18묘역 참배하는 노재헌씨
[국립 5·18 민주묘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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