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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경찰관들의 잇단 스토킹 범죄…처벌 강화 지침도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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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인천경찰청장 대책 마련 지시…전 경찰서 특별 점검

가정폭력·자녀학대 신고도…기강해이 도 넘었다는 비판

연합뉴스

순찰차
[연합뉴스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최근 인천에서 술에 취한 현직 경찰관들이 여성을 뒤쫓아가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른바 '스토킹' 범죄로 잇따라 물의를 일으켰다.

"술 한잔하자"며 처음 본 여고생을 쫓아간 경찰 간부가 적발되기 이틀 전 경찰청이 전국 시도경찰청에 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처벌 강화 지침을 내렸지만, 며칠 뒤 인천에서 유사 사건이 또 발생했다.

25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8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에 스토킹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공문으로 보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해 경범죄 처벌법으로 범칙금만 부과하지 말고 피의자를 지구대나 파출소로 임의동행한 뒤 즉결심판에 회부하거나 형사 입건하라는 내용 등이었다.

스토킹 범죄를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은 올해 10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관련 피의자에게 경범죄 처벌법만 적용할 수 있다.

경찰청의 이 지침이 내려진 시점은 공교롭게도 인천에서 여고생을 뒤따라가 같이 술을 마시자고 한 경찰 간부가 적발되기 이틀 전이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이던 A(40) 경감은 지난 20일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처음 본 여고생 3명에게 접근했고, 일행 중에서 집이 멀었던 한 여고생을 따라가 "술 한잔하자"면서 대화를 시도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경범죄 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로 A 경감에게 범칙금 5만원을 부과하는 '통고' 처분을 했고 형사 입건은 하지 않았다. 당시는 경찰청의 처벌 강화 지침이 일선 경찰서에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8일 본청에서 전산으로 관련 공문을 지방청에 보냈는데 다음날이 부처님오신날로 공휴일이고 사건이 발생한 20일은 담당자가 휴가여서 21일에 공문을 접수했다"며 "지휘부 결재를 맡은 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인 24일 일선 경찰서로 지침을 하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토킹 범죄의 처벌 강화 지침이 일선 경찰서로 내려간 당일인 지난 24일 인천에서는 또 다른 현직 경찰관의 유사 사건이 일어났다.

인천경찰청 기동대 소속이던 B(30) 경사는 당일 오후 10시 30분께 인천시 서구 심곡동 한 길거리에서 20대 여성 C씨를 10분 넘게 쫓아가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당시 처음 본 C씨에게 "저기요"라고 말을 걸었으나 답이 없자 10여 분간 쫓아가면서 "같이 러닝(달리기)해요"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 경사를 인천 강화경찰서로 인사 조치하고 추가 조사 후 경범죄 처벌법상 불안감 조성이나 지속적 괴롭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소속 경찰관들의 스토킹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인천경찰청 내부에서조차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일에는 인천 논현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서울시 서초구 자택에서 아내를 때리고 자녀를 학대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되기도 했다.

한 경찰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경찰관의 비위가 계속 적발돼 낯부끄럽다"며 "요즘 어디 가서 경찰관이라고 말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인천경찰청은 김병구 청장의 특별 지시에 따라 뒤늦게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경무관인 지방청 부장과 총경 계급의 과장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인천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여성청소년과장, 경무기획과장 등이 참석했다.

김 청장은 "경찰관들의 스토킹 범죄나 과도한 음주와 관련해 예방 대책을 수립한 뒤 보고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은 관련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지방청과 일선 경찰서 감찰부서의 외근 직원 30여명을 동원해 모든 경찰서를 상대로 특별 점검을 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예방교육과 특별점검을 병행해 소속 경찰관들의 비위 행위를 막겠다"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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