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핵심 기능 남기고 2~3개 자회사 유력…이달 중 확정
전문가 “공공성만 약화 우려”…내부 “업무 그대로 조직만 분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가 이달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 확정을 목표로 여당과 당정협의를 진행 중이다. LH를 ‘주거복지공단’(가칭)이란 지주회사 아래 2~3개 자회사를 두는 구조로 재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주사가 자회사를 견제하는 동시에 주택공급 핵심 기능만 남겨 축소하겠단 취지지만 전문가들은 부패 방지 등 내부통제 강화에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반면, LH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는 24일 정부 혁신안에 대해 “LH 조직과 사업 규모가 비대해져 온 건 주거복지 등 적자가 나는 공익사업을 하기 위해 수익사업을 더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교차보조’ 구조를 그대로 두고 LH가 자회사로서 지주회사를 지원하는 체제를 도입하면 공공성이 높은 사업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LH가 맡고 있던 다양한 기능이 분리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거론되는 혁신안은 자회사가 돈을 버는 사실상 ‘민영화’ 방식과 유사해 LH가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LH를 자회사로 개편하면서 상법상 주식회사로 설립하게 되면, 주식회사의 공익사업 수행 타당성과 특별법에 따른 지위 부여 등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각 회사의 성격과 의미가 달라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컨대 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전환한 한국전력의 경우 자회사는 전기 생산, 모회사는 송변전·판매 역할로 기능이 구분돼 각각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LH의 경우 개편 후 모회사가 비수익 사업을 하고, 자회사가 수익사업을 해 모회사와 기타 자회사를 지원하는 구조라 일반적인 모·자회사와 구조가 상이하다는 것이다.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견제하며 관리·감독한다는 취지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교수는 “회사 구조 개편과 내부혁신은 별개의 문제”라며 “LH 직원들 부패를 감시하는 건 내부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할 일이지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감독하는 건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모·자회사 분리방안이 전해진 뒤 LH 내부는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 한 LH 직원은 “공공택지개발, 주택보급, 임대아파트 관리 등 기존 업무는 대부분 유지하라면서 애써 조직만 분리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효율성이 떨어질 게 뻔한데 정부 주문대로 ‘차질없이’ 업무를 수행 가능하게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공급과 관리 등 막대한 예산이 드는 LH 특성상 자회사 분리 시 채권발행 등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내부에서 제기된다. LH의 한 관계자는 “ ‘공단’으로 규모나 위상이 변경되면 신용등급 등에도 영향을 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100만가구에 달하는 공공임대 관리 등 각종 주거복지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내부에선 조직의 분리에 따른 인사, 처우, 급여 등과 관련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LH가 진행 중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나 베트남 신도시 사업, 인도 스마트시티 사업 등 국가 차원의 해외 진출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부로부터 제기된다.
김희진·송진식 기자 hjin@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김진숙을 만나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