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전두환 불출석 상태로 재판 진행 암시
법원 '행정미숙'에 연기된 전두환 항소심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5·18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 전 대통령의 항소심 첫 재판이 법원의 실수로 또 연기됐다.
법원이 피고인에게 법원 출석을 통지하는 소환장을 보내는 것을 깜빡 잊고 보내지 않았다가 재판 당일에서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전씨의 사자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하지 못하고 재판 기일을 연기했다.
지난 10일 전씨의 불출석으로 한 차례 연기된 첫 재판은 이번엔 법원이 피고인 출석을 통지하는 소환장을 보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전씨가 출석했는지 여부를 물었다. 전씨는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두 차례 불출석하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고, 오늘 (불출석했더라도) 재판을 진행하려 했지만 (소환장) 송달이 되지 않은 것이 파악됐다"며 "송달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하다 보니 누락된 것 같다"고 밝혔다.
사회적 관심을 끄는 주요 재판에서 송달 절차가 누락돼 재판이 열리지 못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결국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이날 재판은 열리지도 못한 채 7분 만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멀리서 오신 분도 있으니 재판이 진행되면 말씀드리려고 했던 걸 언급하겠다"며 향후 전씨가 출석하지 않더라도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이 재판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씨의 행위 등을 재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을 심리하는 사건"이라며 "결국 조 신부께서 목격했다는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고, 재판부도 그에 대해 중점 심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혐의 사자명예훼손 (CG) |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2차례 출정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불이익 규정으로 해석되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조항은 출석이 어려운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를 완화해주는 취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전씨 측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전씨 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다음 기일에도 전씨가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하며 "피고인 출석이 이 사건 쟁점이라면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며 "이 사건의 쟁점은 80년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동년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법이 준엄하다면 반드시 법정에 나와서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전씨가 계속 법원은 우롱한다면 구속해서라도 재판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일반적으로 피고인 본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인정신문)가 열리는 첫 공판 기일엔 피고인 본인이 출석해야 하지만 전씨는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항소심 첫 공판일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은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한편 이날 연기된 전씨의 항소심 재판은 내달 14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광주지법은 이날 재판이 연기된 것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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