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라잉 총사령관 참석 행사에서 연주…1920년대 설립된 뒤 국민적 사랑 받아
행사 이후 메인 싱어 탈퇴…악단 측 "정치적·음악적 관점은 구분돼야"
과거에 연주중인 미오마 악단 |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100년 가까이 된 미얀마 국민악단이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인사들을 위해 연주를 한 사실이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24일 현지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오마 악단은 지난 17일 만달레이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 등을 비롯한 군 고위 장성들을 위해 연주했다.
이날 행사에서 미오마 악단은 미얀마군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여러곡의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지난 1920년대에 만들어진 미오마 악단은 앞으로 4년 뒤면 창설 100주년을 맞는다.
창설 초기에는 주로 아마추어 뮤지션들로 구성됐으나 이후 미얀마 음악사에서 가장 훌륭한 뮤지션 겸 작곡가로 평가받는 미오마 네인이 참여하면서 미얀마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매년 전통 설 축제인 '띤잔' 기간에는 악단이 대형 차량에 올라타고 연주를 하는 방식의 순회 공연에 나섰다.
2018년 띤잔 축제 기간의 미오마 악단 |
또 지진이나 태풍, 대형 화재 등 재난 상황에서 구호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행사를 마련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명실상부한 미얀마의 국민악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쿠데타를 주도한 군 장성들 앞에서 연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오마 악단은 그동안 쌓은 명성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날 연주회 이후 악단의 메인 싱어 중 한명인 아웅 꼬 헤인은 악단에서 탈퇴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반면 미오마 악단 관계자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실망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음악적 관점과 정치적 관점은 구분돼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비난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연예인들이 군부를 위한 선전 작업에 참여했다가 대중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례들이 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지난 1988년 소 마웅 장군이 정권을 장악한 직후 이에 반발해 태국과의 접경지역으로 달아나 무장단체를 조직한 학생들이 결국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는 내용의 영화가 제작돼 상연된 바 있다.
당시 제작진과 주제가를 부른 가수는 군부로부터 칭송을 받았지만 이후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해 출연 제의가 끊겼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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