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제공=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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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지난 2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민선정부를 축출한 군부 쿠데타의 주범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장기집권을 향한 야욕을 드러냈다. 흘라잉 사령관은 자신이 임명한 선거관리위원회를 내세워 NLD를 불법 정당으로 규정해 강제 해산시키고 총사령관의 연령 제한까지 없애며 사실상 종신으로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3일 미얀마 나우는 흘라잉 사령관이 지난 2월 1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후 사흘만에 군 총사령관 임기의 연령 제한을 없앴다고 보도했다. 군부가 지난 2월 4일 새롭게 발표하고 최근에야 알려진 지침에 따르면 흘라잉 총사령관은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한 총사령관으로 머물 수 있게 됐다. 올해 65세를 맞이하는 그는 예정대로라면 총사령관직에서 물러나야 했으나 연령 제한을 폐지하며 사실상 종신집권까지 가능하게 됐다.
앞서 흘라잉 총사령관은 65세의 연령 제한에 대해 이를 받아들이고 물러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미얀마 나우는 그가 2016년 6월 언론에 “총사령관으로서의 직무는 무제한이 아니다. 연장할 수 없는 연령 제한이 있다”고 밝혔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흘라잉 사령관은 65세 생일을 맞이한 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아 종신임기의 기반을 닦은 셈이다.
미얀마 나우는 흘라잉 사령관이 쿠데타 이전부터 군에서 독보적인 최강자로 남아 있고자하는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그가 한참 밑의 후배 장교들을 군 고위직에 임명함으로써 가까운 경쟁 상대를 배제시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육군참모총장과 공군참모총장 등은 직책에 비해 비교적 젊고 사관학교 기수도 낮은 40~50대 군인들로, 민 아웅 흘라잉 덕분에 고속승진을 하며 신세를 지고 있다는 점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불복해 지난 3월 말 탈영하기까지 약 20년 간 복무한 헤인 또 에우 소령은 이에 대해 “광기”라고 평가하며 흘라잉 사령관이 “자신의 동료들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의 밑에는 뛰어난 장교들이 있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이 권력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쿠데타 직후 총사령관직 연령 제한 폐지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21일에는 군정이 임명한 인사들로 꾸려진 선거관리위원회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NLD에 대해 “정당이 저지른 선거 부정이 불법인만큼 정당 등록을 끝내야 한다”며 불법 행위에 관여한 고위급 지도 인사들을 반역자로 간주해 조처할 것이라 밝혔다. 쿠데타 이후에도 군부가 어떻게든 NLD에 다시 정권을 내주지 않고 집권을 계속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 것이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1년 반~2년의 비상사태 기간을 거쳐 총선을 재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 고문에게 총 7건의 범죄 혐의를 뒤집어 씌워 구금한데다 NLD까지 해산시키며 총선이 실시되더라도 사실상 무늬뿐인 데 그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쿠데타 당일부터 가택연금 된 아웅산 수치 고문은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를 소지·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에 더해 선동·뇌물수수·공무상비밀엄수법 위반 등 총 7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면 40년 안팎의 징역형까지 가능하고, 그렇게 된다면 사실상 정계 복귀는 불가능해진다. 수치 고문에 더해 이번 조치로 NLD 소속 정치인들도 반역죄로 처벌 당할 경우 사실상 기존 민주진영의 정치세력들은 2년 이내에 치러질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
미얀마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는 이번 조치에 대해 “군정의 충실한 부하인 선관위가 NLD를 해산하려는 것은 국민 뜻에 반해 군사정권을 연장하려는 뻔뻔하고도 비민주적인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흘라잉 사령관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조항에 합의한 바 있으나, 흘라잉 사령관이 장기집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냄으로써 이행여부와 함께 미얀마 민주주의의 회복도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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