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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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인 23일 여권 대선후보들의 ‘추도 메시지’에는 각자의 ‘처지’에 따른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권 지지율 상위권 후보들은 노 전 대통령의 핵심 구호 ‘사람사는 세상’과 연계해 ‘정책 청사진’을 강조한 반면, 중·하위권 후보들은 노 전 대통령 죽음과 관련해 “정치 검찰”을 비판하며 ‘선명성’을 부각시켰다.
여권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람 노무현을 기억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던 대통령님의 모습,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사람 노무현’의 모습을 우리 모두가 기억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지향점을 계승하겠다며 ‘책임감’을 내비쳤다. 이 지사는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의 꿈, 반칙과 특권 없이도 승리할 수 있는 공정한 세상, 열심히 일하면 땀 흘린 만큼 잘 사는 세상, 적어도 먹고 사는 문제로 삶을 포기하는 일 없는 세상,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세상”을 언급했다. ‘공정’은 이 지사가 핵심으로 내세우는 대선 브랜드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당신께서 떠나신 후 새로 태어난 수많은 노무현들 중 하나로서, 우리 모두의 과거이자 미래인 당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온 힘 다해 노력하겠다”며 “홀로 외로이, 묵묵히 그러나 뚜렷이 물꼬 터주신 그 길로 막중한 책임감 갖고 한발 한발 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를 추격하는 ‘2등 후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SNS를 통해 “노무현은 옳았다”며 노 전 대통령 계승 의지를 다졌다. 이 전 대표는 “지금 우리는 ‘사람사는 세상’을 ‘나라다운 나라’로 이어가고 있다. 국민과 함께 꾼 꿈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그 꿈을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로 발전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이 전 대표의 대선 슬로건이다. 이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완화하겠다. 연대와 상생으로 더 믿음직한 공동체를 만들겠다. 지방도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싱크탱크 이름을 ‘연대와 공생’으로 정하는 등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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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메시지는 지지 기반이 어느정도 갖춰진 만큼 차기 지도자로서의 ‘비전 제시’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지지율이 한자리대 초중반에 머문 후보들은 노 전 대통령 추도 메시지에도 ‘선명성’을 담아 ‘존재감 높이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선명성의 소재는 ‘검찰’이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과정에서 사망한 점을 상기시키며, “검찰개혁”을 통해 지지층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SNS에 “죽음의 아침입니다. 부활의 아침입니다”라며 “당신을 정치적으로 타살한 세력이 반칙과 특권으로 발호하려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정치검찰의 검찰 정치, 대한민국의 검찰공화국 전락을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처럼 온건한 스타일로 평가받던 정 전 총리는 최근 계속 검찰을 비판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강하게 추진해 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SNS에 ‘정치검찰’을 언급하며 “착잡하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추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증거도 조작해가며 언론에 흘리고 욕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유력한 차기 정치세력에 기생하는 정치검찰에서 진화해,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정치검찰이 되었다”며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그날이 더디 오더라도 검찰개혁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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