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무장단체에 합류했다고 밝힌 타 텟텟. 타 텟텟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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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선택할 여지가 없습니다. 언제든 우리 집에 군부가 쳐들어와 저를 체포할 수 있다는 것이죠. 차라리 이렇게 혁명의 길로 들어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2013년 미스 그랜드인터내셔널 대회에 미얀마 대표로 참여한 타 텟텟(Htar Htet Htet)은 지난 5월 1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타 텟텟은 군부쿠데타가 100일에 접어든 지난 5월 11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이 소수민족 무장단체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진 속의 그는 ‘ARMY’라는 글자가 쓰인 검은 티셔츠를 입고 총을 들고 있다. 체조 강사와 모델 등으로 활동한 타 텟텟은 쿠데타 이후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가하고 SNS를 통해 미얀마 상황을 알렸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타 텟텟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군부쿠데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군부를 비판했던 유명인들은 외국에 머물거나 수감되거나 혹은 타 텟텟처럼 무장단체에 합류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미얀마 대표로 참가한 투자 윈 릿(Thuzar Wint Lwin)과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대회에 미얀마 대표로 참가한 한 레이(Han Lay)는 미얀마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행사에서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체포·수감된 유명인들도
유명인들을 옥죄는 건 형법 제505조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진술, 소문, 보도 등을 만들거나 유포하는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유명인에 대한 탄압을 두고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은 수백 또는 수천 명의 일반인보다 더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얀마 현지에는 체포·수감된 유명인이 적지 않다. 지난 4월 8일에는 유명 모델 파잉 타콘(Paing Takhon)이 체포됐다. 그의 가족은 페이스북을 통해 50명 이상의 군인이 들이닥쳐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부쿠데타 이후, 방독면과 헬멧, 보호복을 착용하고 시위에 앞장섰다.
한동안 행방불명됐던 그는 현재 양곤 인세인 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에 따르면 파잉 타콘 외에도 배우 에인드라 조 진(Eaindra Kyaw Zin)과 남편이자 배우 뻬이 띠 우(Pyay Ti oo), 국민 배우 겸 감독인 루 민(Lu Min) 등이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페이스북 페이지 ‘미얀마 투데이’를 운영하는 미얀마어 통·번역가 최진배씨는 “인세인 감옥은 환경이 너무 열악해 ‘들어가면 죽어서 나온다’고 할 정도다. 유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고문이나 학대는 적겠지만 엄청난 강도의 심문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탄압에도 이들의 활동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부의 유혈진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타 텟텟은 “목숨도 내놓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고, 지명수배를 당한 배우 먀 흐닌 이 륀(Mya Hnin Yee Lwin)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려워도 맞닥뜨리고 나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5월 19일 기준 사망자는 807명으로 추정된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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