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비대위서 박근혜가 직접 발탁
탄핵 정국서 유승민과 바른정당으로
대구·경북 책임당원 표심 공략 해석도
2012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새누리당사 19대 국회의원 선거종합상황실에서 이준석 비대위원이 박근혜 선대위원장에게 앵그리버드 인형을 건네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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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도전에 나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1일 “컴퓨터와 씨름하던 나를 사람들과 씨름하는 곳으로 끌어내 준 그분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21년은 정말 책 읽고 코딩하면서 평화롭게 쉬고 싶었는데 사실 27살 이후로 한 해가 계획대로 돌아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 이제 익숙하기만 하다. 생각해보면 다 나를 이 판에 끌어들인 그 분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 분’은 현재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또 “당사에서 뭔가를 발표하고나서 하루종일 주마간산 처럼 입문부터 지금까지 내 10년이 머릿속에 지나갔다”며 “내 발탁에 있어서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그런데 탄핵은 정당하다. 이 얘기를 어딜가나 하는데 무슨 문제인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2년 전 라디오 인터뷰 내용을 올렸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키즈’라는 꼬리표에 대해 “팩트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고 박 전 대통령한테 저를 발탁해줬으니 고맙다. 그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27세 청년 이준석, 박근혜 키즈의 탄생
이 전 최고위원은 2011년 12월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새누리당 비대위에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그는 당시 클라세스튜디오라는 전산프로그램 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 교육봉사단체인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를 이끌고 있었다.
당시 이 전 최고위원은 “하버드대 재학하던 시절 박 비대위원장이 학교를 방문해 한국학생 5명과 만난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박 비대위원장이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후 박 비대위원장이 ‘배나사’ 모임을 찾은적이 있어 그때 한번 만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원은 참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 이 때 비대위원 중 한 명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비대위원으로 이 전 최고위원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과반수 승리로 끝난 뒤에도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의 과오를 지적하며 탈당을 요구했다.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청년의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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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계‘ 이준석…TK표심 위한 포석?
이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통령과 갈라진 건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뒤부터다. 당시 그는 ‘친박’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추진도 찬성했다.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새누리당 탈당 후 바른정당을 만들 때 이 전 최고위원도 합류했다. 이 때부터 이른바 ‘유승민계’ 정치인으로 분류됐다.
바른정당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합당하면서 탄생한 바른미래당에서 그는 대표직에 출마해 3위를 차지해 최고위원이 됐다. 이후 21대 총선 전 보수대통합 때 미래통합당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됐다.
‘박근혜 키즈’라는 꼬리표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18년 한 인터뷰에서 “그말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사실 누구나 영입한 사람은 있다. 많은 분이 모르셨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YS키즈’ 였다. 그런데 그분이 결정적인 시점에 본인 정치를 했기 때문에 큰 정치인이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지난해 총선 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제가 선거의 여왕(박 전 대통령)이라는 분에게 선거를 배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항상 사석에서 제게 강조했던 게 헌신과 혁신이었다”며 “두 가지 신이 결합될 때 어떤 선거든지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굳이 ‘박근혜 키즈’ 출신을 부정하지 않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것은 당 내 경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전략적인 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로 컷오프 5명 통과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상위권에 포진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선이 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 본투표에서 70% 반영되는 책임당원 표를 확보해야한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대구·경북 지역에 주로 분포한 책임당원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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