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무더기 징역형' 더해 걸림돌 제거…정상적 방법으로 선거승리 불가능 판단
아웅산 수치 여사(CG)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부가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세운 정당인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에 대해 선거 부정을 이유로 해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정이 임명한 떼인 소 선관위원장은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전국 정당 연석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군정이 NLD 지도급 인사들을 '반역자'로 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NLD 등 주요 정당은 대거 불참했다.
소 위원장은 "NLD의 선거 부정은 불법적인 만큼, NLD 정당 등록을 끝내야 한다"면서 "그런 불법행위를 한 이들은 반역자로 간주해야 하며, 우리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NLD는 수치 고문이 지난 1988년 민주화 항쟁 당시 야권 인사들과 함께 창당한 정당으로,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반세기 넘는 군부독재를 종식하고 첫 문민정부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문민정부 2기를 눈앞에 뒀다가,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며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정권을 뺏겼다.
군정 꼭두각시인 선관위 수장의 'NLD 해산' 발언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저의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안팎에서는 군부가 다시는 NLD에 정권을 내주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집권을 계속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주류 버마족에 압도적 인기가 있는 수치 고문과 NLD가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 선거에서 이기기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수치 고문과 NLD를 정치적으로 제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군부는 1년 6개월 가량으로 예상되는 비상사태 기간 이후 총선을 재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쿠데타 이후 민주진영에 대한 정치적 제거 작업은 착착 진행돼 온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쿠데타 당일부터 가택연금 중인 수치 고문에게 계속해서 범죄 혐의를 뒤집어씌웠다.
그는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를 소지·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와,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는 물론 선동·뇌물수수·공무상비밀엄수법 위반 등 모두 7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이대로라면 수치 고문에겐 40년 안팎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그의 현재 나이가 75세인 점을 고려하면 정치 활동 재개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
NLD 무력화 작업도 계속돼 왔다.
군부는 NLD 인사들을 각종 죄목으로 잡아들였다. 선관위는 이미 작년 총선이 무효라고 공식 선언했다.
여기에 이날 NLD를 해산하고 소속 정치인들을 반역죄 등으로 처벌해 선거에 나올 수 없게 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 2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부는 다음 선거를 어떻게 가져갈지 책략을 갖고 있다고 본다"면서 "아마 NLD 인사들을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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