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전 ICC소장 전언… “알아서 하라” 답해
송상현 전 국제사법재판소장(가운데)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열린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창립 기념 토론회에서 강연을 마친 뒤 토론회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유력한 야권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과거 석사논문 지도교수였던 송상현 전 국제사법재판소장에게도 “정치를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봤다는 전언이 21일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앞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방문한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처음으로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사퇴 이후 정계 진출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소장은 이날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 그룹인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 상식) 창립식에서 ‘국제 질서의 변동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축하 강연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윤 전 총장에게 “알아서 하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송 전 소장은 국제형사재판소(ICC) 초대 재판관과 소장을 역임했고, 최근까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을 지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서울대 법학과 대학원을 다닐 때 석사논문을 지도하기도 했다. 송 전 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연락을 자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총장직을 내려놓은 뒤 첫 외부 일정으로 원로 철학자인 김 명예교수를 찾아가 첫 질문으로 정치를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101세 철학자인 김 명예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애국심이 있는 사람, 그릇이 큰 사람, 국민만을 위해 뭔가를 남기겠다는 사람은 누구나 정치를 해도 괜찮다”며 “당신은 애국심이 투철하고 헌법에 충실하려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정치하라고 권하지도 않겠지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너무 걱정 말라”고 얘기해줬다고 언론에 밝혔다. 윤 전 총장은 학창 시절부터 김 명예교수를 존경해왔고, 그의 저서도 즐겨 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정계 진출 선언이나 별다른 정치 행보를 걷고 있지 않은 윤 전 총장은 정치, 경제, 외교안보, 과학기술 분야 등 전방면에 걸쳐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간간히 각계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듣거나 언론을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기도 한다. 이런 정중동 행보에도 윤 전 총장은 잇단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여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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