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 물리학자인 고(故) 강대원 박사 흉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찾았다. 국가 기간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를 놓고 전 세계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대선수업'의 일환으로 반도체 전문가들과 만나 주목된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윤 전 총장은 철학, 노동, 외교·안보, 경제 분야 전문가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왔지만 특정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17일 오후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와 이종호 연구소장의 안내로 시설을 견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관련 뉴스가 많이 나오니 윤 전 총장이 학술적 관점에서 반도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면서 "비전공자를 위한 강의자료를 준비해 기초부터 실리콘 웨이퍼는 무엇인지, 포토레지스터는 무엇인지를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윤 전 총장은 '실리콘 웨이퍼와 기판은 어떻게 다른가'라든지 '포토레지스터에서 레지스터는 무슨 뜻인가' 등 기술 관련 질문이 많았고, 이에 대해 두 교수가 답변하며 설명하는 방식으로 3시간가량 견학이 진행됐다고 전해졌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들어 보여 화제가 됐던 웨이퍼를 발견하고는 "이게 바이든 대통령이 들어 보인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앞으로 필요한 정책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교수들에게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교수는 "제가 산업체 전략이나 국제 정세에 대해선 잘 모른다"면서 "기초적인 부분을 주로 알려드렸다"고 전해 일각에서 나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 등 이야기는 일절 없었음을 시사했다.
다만 대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윤 전 총장도 조만간 어떤 형식으로든 대중 앞에 나타나 정치 입문 선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잠행'이 길어지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고, 이에 '양자대결'에서 사임 후 줄곧 1위를 달렸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지난 1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밀려 꺾이기도 했다.
[정주원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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