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여의도의 한 증권사 로비 전광판에 주식 시세가 안내되고 있다. 2021.05.18 [이승환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승 강도는 다소 약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전례 없이 진행된 유동성 모멘텀은 잦아들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등 인플레이션 부담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유통 시장에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기업들의 추가 이익 개선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코스피는 최고 3700포인트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뜨거운 여름에서 서늘한 가을로…하반기 인플레 압력 강해질 것
증권사 투자전략 전문가들은 상승 추세를 이어온 주식시장의 방향성이 하반기에도 유지되지만, 강도는 약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부담, 통화정책의 정상화 등에 따라 그간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유동성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면서 "그러나 모멘텀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주가 상승 강도는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현재 전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고, 미국이 공격적인 부양 정책을 지속하며 증시는 가파른 랠리를 펼치고 있다. 백신 접종률 상승에 따른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면서 이제 시장 참가자들은 오히려 물가 상승과 미국 중앙은행의 테이퍼링 등 정책 변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조금씩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허재환 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미국 등 글로벌 주식시장은 과거 경기 침체 이후와 비교해 보았을 때 매우 빠르게 올랐다"면서 "경기 회복 기대를 꽤 반영한 것으로 주식시장이 호재를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에서는 조심스러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는 데 10년 걸렸으나 이번에는 1년 반 만에 회복할 가능성 높다"면서 "올해 3분기부터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잠재 경제성장률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하반기에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하반기 주가 조정의 빌미는 될 수 있어도 악재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들의 높아진 이익 추정치가 지수를 지지할 것이라는 평가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한국 증시는 지난 랠리에서 누적된 기술적 부담감을 안고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에 직면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하반기 기업이익 추정치의 추가 상향 여력도 존재하고, 내년도 이익 개선은 주요국을 상회하고 있어 긍정적인 펀더멘털 환경도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경기 회복 따른 이익 추가 개선 예상…코스피 상단 3700포인트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올해 최고 3700포인트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역설적으로 물가 상승을 촉발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 않는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 기대 또한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는 3000~3700선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하반기 코스피가 최대 37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고 하나금융투자는 3650포인트를 상단으로 예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 고점을 3400포인트 전후로 추정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김상호 연구원은 "하반기 순환적 부침에 대응하는 유연함이 필요하겠으나 결국 경기 회복에 따른 이익 추가개선과 수익성 회복, 배당성향 개선 등이 코스피 밸류에이션 디레이팅(저평가)을 제한할 것"이라면서 "하반기 코스피 밴드는 3000~3700포인트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연초 이후 기업들의 이익 개선세가 지수 상승분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익은 연초 대비 18.5% 상향조정됐지만 밸류에이션은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폭(-8.8%)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호 연구원은 "밴드 상단인 3700포인트는 현재 이익 개선 속도가 유지되고, 과거 테이퍼링 환경에서의 밸류에이션 평균 할인율(10%)을 반영한 수치"라면서 "밴드 하단의 경우 과거 테이퍼링 환경에서 밸류에이션 최대 할인율(20%)과 이익 개선속도 둔화(5% 상향)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 순이익 증가 국면에서의 주가수익비율(PER) 상단은 16배로, 올해 코스피는 과거 순이익 증가 국면의 PER 상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코스피로 환산 시 3650포인트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재 코스피가 올해 실적 개선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지수 상으로 추가적인 업사이드가 드라마틱하게 높지는 않다"면서 "실적의 추가 상향 여지를 감안한 올해 적정 코스피는 3282~3382포인트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잇따른 대규모 IPO…"하반기 수급에 최대 위협 요인"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에 있어 최대 위협 요인은 대규모 IPO 물량이 꼽혔다. 올해 하반기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어급 IPO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야놀자, 마켓컬리, 두나무 등은 미국 상장을 검토 중이며 몸값이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LG에너지솔루션도 국내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IPO는 주식 공급 증가로 기존 유통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올해 예정된 상장계획은 최대 200조원에 달하는데,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더라도 100조원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2250조원, 코스닥 시장 시총은 403조원으로 총 2650조원 규모다. 이를 감안 시 올해 IPO 규모는 대체로 시가총액의 4% 내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1999~2000년 닷컴버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주식의 공급과 함께 시작될 것"이라면서 "지난 10년 동안 유통시장에서 발행시장으로 돈이 이동했는데, 이렇게 비상장 기업들에 투자된 돈이 회수되는 경로가 IPO다. 빅 IPO는 유통 시장에 물량 부담으로 다가오고 지수와 벤치마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유동성 장세는 돈보다 주식이 많아질 때 끝난다"며 "올 하반기는 돈의 공급은 줄고 주식의 공급은 늘어나는 변곡점으로 유동성 장세의 모멘텀은 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kissmaycry@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