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5일서 연장, 질병청 허가 방침
보관 쉬워져 접종 속도 빨라질 듯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개봉하지 않은 화이자 백신의 경우 일반 냉장 상태인 2~8도에서 최대 31일간 보관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추가 연구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다. EMA가 그동안 보관 가능 기간으로 봤던 5일보다 많이 늘어났다.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영하 25~영하 15도 사이에서 2주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해도 조건이 완화됐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화이자와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은 이전에 사용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초반에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며 “연구가 진행되면서 제약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도 이번 EMA 발표를 고려해 화이자 백신의 유통·보관 관련 허가 변경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기남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18일 “화이자가 ‘백신 냉장보관 기간을 5일에서 31일로 연장해 달라’고 허가 변경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허가 변경 시 백신 유통·보관에 있어 탄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 냉동 시설이 갖춰져 있는 예방접종센터에서만 접종이 가능했다. 식약처 허가 조건인 ‘영하 75도에서 6개월, 영하 25∼15도에서 2주, 2∼8도에서 5일간 보관’이라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동네 병원에서 위탁 접종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보다 접종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허가 조건이 변경될 경우 동네 병원 접종이 가능해지면서 접종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반장은 “화이자 백신을 예방접종센터 외에 위탁 의료기관에서도 접종하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 경우 시골이나 섬 지역에서도 수월하게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하지만 AZ 백신과 같이 취급하다 보면 혼선으로 서로 다른 백신을 교차 접종하게 될 우려도 있는 만큼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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