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吳 찍었던 ‘이남자’ 이재명에 호감…野 지지한 ‘이여자’는 윤석열 주목 [창간 48주년 MZ세대를 엿보다 ⑥남다른 정치성향]

헤럴드경제 윤호
원문보기

吳 찍었던 ‘이남자’ 이재명에 호감…野 지지한 ‘이여자’는 윤석열 주목 [창간 48주년 MZ세대를 엿보다 ⑥남다른 정치성향]

속보
北 "8700톤급 핵잠수함 건조 중…'전략유도탄' 발사 기능 탑재"
이남자, 재보선 ‘정권심판’ 불구 이재명 선호

민주당 지지 이여자, 대선주자 이재명은 불호

진영 없는 그들, 이슈따라 움직이는 실용정치
[연합]

[연합]


지난 4·7 재보궐선거는 20대 청년이 가진 정치의식의 전례 없는 역동성과 가변성, 특이성을 보여준 계기로 평가된다. 전통적으로는 진보 성향으로 꼽혔던 20대 청년층의 보수 야권 지지가 유례없이 높았다. 같은 세대에서도 지지 정당·후보가 남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여 ‘젠더 갈등’이 투표에서도 반영됐다. 20대 남성은 현 정부에 대한 ‘정권 심판’ 쪽으로 강하게 기울어 국민의힘 후보 지지가 압도적이었던 반면, 20대 여성은 민주당 선호 성향이 다른 세대보다 강했고 제3정당을 택한 비율도 높았다. 다만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택했으나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은 ‘이탈 민주층’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 양상은 또다시 갈렸다. 20대 남성은 기존 민주당의 대안으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택해 오히려 ‘대세론’이 우세했으나 20대 여성은 민주당과 사실상 대척점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지난 4·7 재보선 지상파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20대(18~19세 포함)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전자가 55.3%, 후자가 34.1%였다. 그러나 20대 남녀 모두 보수 성향 후보 지지가 뚜렷한 것은 아니었다. 20대 지지율을 남녀별로 뜯어보면, 20대 남성에서 무려 72.5%가 국민의힘을 택한 반면 20대 여성에서는 44.0%가 민주당을 택해 국민의힘(40.9%)보다 우세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

이재명 경기도 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중 양당을 택하지 않은 ‘중간지대’ 비율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20대 여성의 15.1%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을 택했다. 20대 남성(5.2%)과 30대(남성 3.7%, 여성 5.7%)를 제외하면 다른 연령대의 남녀 유권자 가운데 제3정당을 택한 비율은 1~2%에 지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이번 선거가 ‘젠더 갈등’ 양상으로 번진 가운데, 민주당 정책에서 20대 남성들이 느낀 소외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민주당 서울시당이 외부 기관에 의뢰해 재보선 패배를 분석한 ‘서울시 유권자 대상 FGI (포커스 그룹 인터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이번 재보선에서 이탈한 20대 남성 A씨는 “여성공공주택, 할당제 등 (민주당이 여성친화정책을) 엄청 많이 폈다”면서 “공공기관이 나서서 여자들에게 더 좋은 보직이나 편한 보직을 주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남녀를 막론하고 20대의 중간지대 비율이 높은 것은 더는 젊은 층에는 진영 논리가 통하지 않으며 이들이 민생과 공정 등 어젠다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20대, 그중에서도 특히 수도권 20대는 전국 연령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진영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유권자층”이라며 “작게는 취업과 가상자산 정책부터 크게는 공정과 민생까지 양쪽 진영논리와 상관없이 그때그때 지지 성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FGI보고서에 따르면 ‘이남자’와 ‘이여자’ 가운데 작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이번 재보선에서는 민주당을 뽑지 않은 ‘이탈 민주층’이 대안으로 삼는 후보도 크게 갈렸다. 20대 남성은 이 지사의 선명성에 호감을 표했고, 20대 여성은 윤 전 총장의 안정감에 기대를 걸었다. 20대 남성 B씨는 “이 지사는 과격한 방식으로 하더라도 본인이 하겠다고 하면 하는 느낌이 강하고, 욕먹더라도 그걸 스스로 감내하는 이미지가 있어 지금 필요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20대 여성 C씨는 “윤 전 총장은 잠재력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 너무 특이하지 않고 모범생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정적으로 갈 것 같다. 지금은 뭔가 크게 벌이기보다 수습하고 안정적으로 가는 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보선에서 20대 남성이 압도적으로 국민의힘을 택하며 ‘정권 심판’ 기류를 강하게 드러낸 반면, 20대 여성은 여전히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우세했던 것을 고려하면 또 다른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0대 남성은 이 지사의 남성적이고 과격한 리더십에 매력을 느끼는 반면, 20대 여성은 (민주당에 호감이 남아 있더라도) 그에 대해 반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20대가 후보를 택하는 기준에는 민생 어젠다뿐 아니라 각 후보의 이미지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 기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