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향한 억측 이어져
신상털이도 여전…실명 부르기도
내 가족처럼 감정이입해 이러한 반응
단정적 표현은 삼가야
전국에 비가 내린 16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우산을 쓴 채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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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과 관련해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에 대한 무분별한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A씨가 손씨를 폭행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억측이나 오해가 또 다른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8일 한 커뮤니티에는 'A씨 부모가 찾던 것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은 A씨 부모가 손씨를 찾기 위해 한강공원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A씨가 손씨를 가격할 때 사용한 돌을 찾기 위해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손씨의 머리 뒷부분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자상이 있다는 것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하며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아니지만 출혈은 심했을 것"이라며 "기절도 가능하다"고 적었다. 그는 실종 지점 인근에 혈흔이 있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이 추리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손씨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 인근 수풀과 배수구 등에 혈흔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손씨의 것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의 혈흔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8일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에서 한강공원 인근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가 돌로 가격을 당했고 주변에 혈흔이 있을 것이라는 누리꾼의 의혹 제기엔 신빙성이 적은 것이다.
이 외에도 온라인에선 A씨의 실명이 거론되거나 가족 신상정보로 추정되는 내용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 16일 한강공원에서 열린 '손씨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 중 일부는 A씨의 실명을 부르며 '구속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A씨 부모의 지인이 법조계 고위직 출신이어서 이번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퍼졌다. 전날 A씨 측이 입장문을 통해 "가족이나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이젠 A씨 부모의 지인이 고위직 출신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전 서초경찰서장이 A씨의 외삼촌이고, A씨 아버지가 강남 세브란스 병원 고위직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가짜뉴스와 신상털이가 계속되자 A씨 측은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며 "이러한 상황이라면 추후 경찰 조사를 통해 A씨의 무고함이 밝혀지더라도 A씨와 그의 가족들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어렵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일부 시민들이 이번 사건을 내 가족의 일인 것처럼 감정이입을 해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아직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억측이나 단정적 표현은 삼가해야 2차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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