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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상상 못할 만행" 재판장 정인이 양부모 꾸짖자 양모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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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직설적 표현으로 양부모 질타
"양모, 인간 존엄·가치 무참히 짓밟아"
"양부가 학대 몰랐다는 건 납득 안돼"
살인죄 인정되자 방청석 박수 터져나와
한국일보

'정인이'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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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의 범죄사실을 읊어나가는 재판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만행' '잔혹' '비인간적' 등의 직설적 단어를 써가며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양부모를 강하게 질타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이날 살인·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모(35)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모(37)씨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갈색 재킷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안씨는 취재진을 피해 일찌감치 법정에 자리했으며, 장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나와 안씨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변호인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 "양모, 반인륜적·반사회적"

한국일보

'정인이'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호송차가 지나가자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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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양모 장씨에게 제기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보호했어야 할 어린 아동을 잔혹하게 신체적·정신적 학대 대상으로 삼은 데 이어 생명까지 앗아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40여 분간 판결문을 읽으면서 장씨가 정인이 복부를 가격해 어떻게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장씨 범행에 대해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데다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상실감을 줬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장씨는 선고 초반부터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는 판단이 나오자 줄곧 울먹였다. 살인죄가 인정되자 장씨는 눈물을 쏟았지만, 방청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재판부는 장씨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범죄에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참회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검찰이 구형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부 "2심까지만 자유를…" 방청석선 '야유'

한국일보

14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모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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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양모의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하는 양부 안씨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고 몰아세웠다. 안씨가 양모의 양육 태도나 정인이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상황인데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재판부가 내린 결론이다.

재판부는 양부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아동학대 신고가 세 차례나 있었는데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에 대해 재판부는 "양모 말만 믿고, 양모의 기분만 살피면서 학대를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이의 악화된 건강상태를 알리며 병원에 데려가라고 당부했는데도 안씨가 방치한 점을 거론하며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를 저버렸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담담히 선고를 듣던 안씨는 실형이 선고되자 떨리는 목소리로 "정말 죄송하다. 벌은 달게 받겠지만 큰딸(친딸)을 위해서라도 2심을 받을 때까지 자유를 달라"고 호소하자, 방청석에선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재판부는 안씨를 법정구속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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